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금융감독원의 이전 가능성을 둘러싼 금융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금융권에선 금감원까지 지방으로 이동할 경우 금융회사와 감독기관 간 물리적 거리가 멀어져 현장 감독과 금융시장 대응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 서울에 남는 기관을 최소화한다는 원칙 아래 이전 대상과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안건이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실제 안건이 상정되지 않으면서 최종 결정은 미뤄진 상태다.
정부는 이전 대상과 규모를 서둘러 확정하기보다 관계 기관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금융위와 금감원 지방 이전에 대해 "아직 확정된 바 없다"라고 밝혔으며,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과 관련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10~11월 정도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아직 이전 대상과 방식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의 세종 이전 가능성과 맞물려 금감원의 지방 이동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두 기관은 정례회의뿐 아니라 금융시장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수시로 정책 협의와 업무 공조를 진행하는 만큼 두 기관이 물리적으로 떨어질 경우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이 금융위와 함께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금융회사와 감독당국 간 물리적 거리 확대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은 일반 행정 업무와 달리 금융회사 현장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검사·제재 등을 통해 문제를 신속하게 바로잡는 업무 특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 금감원 노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 본점의 91.6%가 수도권에 있다. 또 금감원 현장검사 대상의 88.3%, 상장기업 본사의 72.7% 역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금감원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감독기관이 감독 대상을 찾아 서울과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역출장'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감원의 현장검사는 상당한 인력이 장기간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정기검사의 경우 30명 안팎의 검사 인력이 한 달가량 금융회사를 직접 찾아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금감원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검사 인력의 이동에 따른 출장비와 행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하는 이유다.
금감원은 금융위보다 조직 규모도 훨씬 크다. 올해 3월 말 기준 금감원 임직원은 비정규직 등을 포함해 2441명으로, 금융위 본부 인력 303명의 8배가 넘는다. 따라서 기관 전체가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단순한 청사 이동을 넘어 인력 이탈과 업무 공백, 출장 비용 증가 등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불편이 커질 수 있다. 금융회사들은 검사와 제재뿐 아니라 인허가와 각종 감독 현안 등을 놓고 금감원과 수시로 협의한다. 감독기관과 금융회사가 서로 다른 지역에 있게 되면 대면 협의와 현장 대응에 필요한 이동 시간이 늘어나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특히 금융위기나 대형 금융사고 등 긴급 상황에서 지방 이전의 문제가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상황이 급변할 경우 금융위와 금감원, 한국은행, 금융회사 등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기관 간 물리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신속한 협업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지방 이전은 평상시 업무뿐 아니라 금융시장에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기관 간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는 데 따른 업무 공백과 비효율을 최소화할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침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감독기구가 감독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일관된 원론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전문인력 이탈 가능성도 주요 문제로 꼽고 있다. 금감원 노조가 직원 15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지방 이전 시 이직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은 85.6%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적극적으로 이직을 고려한다는 응답도 69.7%였다.
젊은 직원과 전문자격 보유 인력의 이탈 가능성은 더욱 높았다. 만 40세 미만 직원 가운데 지방 이전 시 이직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응답은 82.5%였고, 회계사와 변호사 등 전문자격 인력에서도 이직을 고려한다는 응답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 업무의 특성상 인력 이탈은 단순히 조직 규모가 줄어드는 문제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금융상품과 회계, 법률, IT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감독 업무에서 숙련된 인력이 빠져나갈 경우 검사와 제재, 시장 감시 역량 자체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해외 주요국 사례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금융청(FSA)은 도쿄,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런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워싱턴DC에 본부를 두고 있다. 프랑스 금융시장청(AMF) 역시 금융중심지인 파리에 자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정책적 목표와 금융감독기관의 입지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산업의 지역 분산과 이미 수도권에 집중된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기관의 이전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감원 전체를 이전하는 대신 일부 기능만 지방으로 옮기는 '부분 이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회사와 직접 접촉이 잦은 검사 부서는 서울에 남기고 금융위나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와 협의가 많은 부서를 지방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하지만 부분 이전 역시 조직을 서울과 지방으로 나누는 데 따른 업무 비효율과 부서 간 협업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금융감독 업무가 검사와 정책, 제재, 시장 분석 등 여러 기능의 유기적인 협업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조직을 물리적으로 분리할 경우 오히려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큰 방향에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금융감독기관은 일반적인 공공기관과 업무 성격이 다르다"라며 "금융사와 시장을 실시간으로 감독해야 하는 기관을 단순히 소재지 기준으로 이전 대상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오는 10~11월께 확정할 것으로 예상, 이에 따른 금융권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금감원의 지방 이전이 단순한 근무지 변경을 넘어 금융시장 감시와 금융소비자 보호, 위기 대응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최종 이전 대상과 방식을 결정하기에 앞서 업무 특성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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