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장 중 7000대를 오르내리면서도 좀처럼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은 반등을 믿지 못한 채 나흘간 14조원어치를 팔며 인버스까지 사들였지만 증권가는 이달 8000포인트, 연말 1만포인트까지 내다보며 시각이 엇갈린다. 중동발 유가 급등과 미국 금리 상승 압력 속에 개인이 비운 자리를 외국인이 메워줄지가 증시 안착의 관건으로 꼽힌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6분 코스피는 전일 대비 0.97% 상승한 7022.28포인트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0.56%)와 SK하이닉스(2.45%) 등 반도체 대형주가 동반 강세를 보이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앞서 간밤 뉴욕증시는 중동발 유가 급등에 일제히 하락했다. 8일(현지시각)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1.18% 내렸고 S&P500과 나스닥지수도 각각 0.58%, 0.32% 하락했다.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공격 등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하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8%를 웃돌았다. 다만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30% 오르는 등 반도체주는 강세를 보여 국내 대형주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코스피의 장 중 7000대 회복은 이틀째다. 전날 코스피는 0.58% 내린 6954.52에 마감했다. 장 중 7171선까지 올랐지만 막판 상승분을 반납하며 하락 전환했다. 종가 기준 7000대를 웃돈 것은 지난 7월 23일이 마지막으로, 최근 코스피는 7000포인트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지고 있다.
발목을 잡은 것은 개인이다. 개인은 지난 7일 6조8374억원을 판 데 이어 8일에도 3조332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3일부터 나흘간 누적 순매도 규모는 14조5483억원이다. 코스피가 4.61% 급등한 7일에도 개인은 6조원 넘게 팔았다. 지수가 7000대에 다가서자 손실 회복과 차익 실현 매물이 집중적으로 쏟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은 하락에도 베팅했다. 지난 7~8일 이틀간 개인은 코스피200 지수 하락에 수익을 내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1178억원, 'KODEX 인버스'를 114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외에도 개인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 하락에 2배로 베팅하는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에 503억원을 베팅하는 등 증시의 추가 상승보다 단기 조정에 무게를 둔 움직임이다.
개인이 매수 전환을 주저하는 건 앞선 급락장에서 손실을 경험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개인은 5~6월 코스피 7000~8500대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순매수를 집중해 상당수가 손실 구간에 놓여 있다. 급락을 거치며 개인의 위험선호 심리가 크게 훼손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지난 7일 93조9258억원으로 연중 고점(6월 4일 139조6948억원) 대비 45조7690억원(32.8%) 줄며 매수 여력이 약해진 상태다.
개인이 던진 물량은 외국인과 기관이 받아내고 있다.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에서 각각 3조7839억원, 4조9670억원을 순매수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더해지며 지수 하단을 떠받쳤다.
외국인의 복귀에는 원·달러 환율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1500원대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1340원대로 내려오며 2024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자 환차익 기대가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이 매수세가 얼마나 이어지느냐다. 두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당초 공시된 11월보다 이른 10월 중순께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돼 매입이 끝난 뒤 수급 공백을 외국인이 메울 수 있을지가 변수로 꼽힌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도세 집중으로 지분율이 크게 낮아진 만큼 향후 비중 확대 과정에서 추가 수급이 유입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경계심과 달리 증권가는 낙관론에 무게를 싣는다.
KB증권을 비롯해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유안타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이달 코스피 상단을 8000포인트 이상으로 제시하며 박스권보다 반등에 힘을 실었다. 대형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은 연말 상단을 1만1000포인트, 삼성증권은 1만2600포인트까지 열어뒀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도 12개월 목표치를 각각 1만2000, 1만2500으로 제시하며 장기 강세론을 유지하고 있다.
근거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뒷받침하는 이익 안정성이다. 메모리 업황이 슈퍼사이클 국면에 진입하면서 미국 금리나 중간선거 같은 대외 변수에도 반도체 주도주가 실적 힘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12개월 예상 순이익 규모는 TSMC의 각 2.5배, 1.9배로 밸류에이션 할증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도 "내년 메모리 시장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수요 급증과 함께 서버 D램, 엔터프라이즈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강세가 이어지며 HBM과 범용 메모리의 동반 성장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반도체 투자심리를 되살린 것은 오픈AI가 공개한 새 AI 모델 '아스트라'다. AI 인프라 투자 효율성이 입증되며 고성능·범용 메모리 수요 기대가 커졌고 매수세가 반도체로 향했다. 엔비디아의 허깅페이스 인수 소식도 국내 AI 관련주에 호재로 작용했다. 다만 이런 기대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한 채 반도체에 집중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7000대 안착의 시험대는 미국 물가와 유가다. 오는 10일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 11일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돼 있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으면 장기금리가 올라 증시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준다. 여기에 미국·이란 교전과 후티 반군의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으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에 다가서면서 고유가발 물가 자극 우려까지 겹쳤다.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해의 9월이 계절적으로 약세를 보인 점도 부담이다.
결국 지수의 향방은 외국인 수급의 연속성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강진혁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이 본격적으로 채워지려면 중동 긴장 완화, 장기 금리 진정, 9월 FOMC의 불확실성 해소, AI 반도체 이익 전망의 추가 상향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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