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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태움 피해 폭로 "11시간 괴롭힘에 난청…차에 치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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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코리아 영상에 전·현직 간호사 3명 출연…인력 부족이 괴롭힘 구조 만든다

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전직 대학병원 간호사가 11시간 동안 이어진 태움으로 스트레스성 난청을 겪고 퇴사했다고 밝혔다. 9년 차 현직 간호사는 신규 시절 출근길마다 "차에 치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BBC News 코리아 유튜브 채널은 17일 전·현직 간호사 3명이 출연해 태움 경험을 직접 증언한 영상을 공개했다. 출연자들은 태움이 개인 간 갈등이 아니라 오랜 기간 반복된 조직문화라고 입을 모았다.

전직 대학병원 간호사 신혜주 씨는 괴롭힘이 심한 선배에게 지적을 받던 중 갑자기 귀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 증상을 겪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성 난청이었고, 결국 병원을 그만뒀다.

9년 차 정신병원 현직 간호사 김주희 씨는 "저는 욕설을 들어봤다. 신규 간호사 때 중환자실에서 근무했는데 아침에 눈 뜰 때마다 '차에 치이고 싶다, 차라리 안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입사 초기 업무 처리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환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시간을 재며 재촉당했던 기억도 전했다.

10년 차 대학병원 현직 간호사 이소현 씨는 신규 시절 야간근무 중 장시간 태움을 당했다고 밝혔다. 퇴사를 고민하며 관리자에게 여러 차례 면담을 요청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화장실 갈 시간을 줄이기 위해 물을 마시지 않을 정도로 업무가 바빴다고도 말했다.

태움은 신규 간호사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소현 씨는 10년 차가 된 뒤에도 고연차 간호사로부터 "밑에 애들 관리 안 하고 뭐 하냐"는 식의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간 연차 간호사가 태움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는 구조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환자 안전'을 명분으로 태움이 정당화되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김주희 씨는 "야, 너 때문에 환자 죽어. 너 사람 죽일래"라는 말이 신규 간호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인다고 했다. 신규 간호사 스스로도 '내가 실수해서 환자가 잘못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자신을 탓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력 부족, 낙후된 도제식 교육 체계, 수직적 구조가 결합해 태움이 반복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소현 씨는 인력이 충분했던 시기에는 간호사 한 명이 환자 4~5명을 맡으며 식사와 휴식 여유가 생겼다고 회상했다. 반면 인력이 부족할 때는 신규 간호사 한 명이 환자 수십 명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한국 상급종합병원의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는 16.3명으로, 선진국에 비해 최대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간호사 1인당 5명,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호주 빅토리아주는 4명으로 법제화돼 있다.

이소현 씨는 "현실성 있는 숫자가 나왔으면 좋겠다"면서도, 현재도 환자 12~13명을 담당하면 버거운 상황에서 단순히 숫자를 법제화하는 것만으로는 현장 변화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으로 고정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의료기관 유형과 병동 형태, 진료과목별 환자 중증도에 따라 간호 요구도가 현저히 달라 정량화가 어렵고, 형식적 기준이 실효성 없이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출연자들은 최근 신규 간호사들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도 전했다. 과거에는 선배의 부당한 지시에 그대로 따르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거나 병원을 떠나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태움으로 병원을 떠난 간호사들도 업무 환경이 개선된다면 현장에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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