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도입된 4세대 실손보험이 올해 7월부터 첫 5년 재가입 주기를 맞았다. 올해 말까지 재가입 통보를 받는 4세대 계약은 최대 55만 건이다. 재가입하면 자동으로 5세대 실손으로 옮겨간다. 보험료는 싸지지만 비중증 비급여 치료의 본인 부담은 절반으로 뛴다. 병원을 얼마나 자주 가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는 이유다.
◆ 보험료 30% 싸지는 대신 비급여는 절반이 내 몫
5세대 실손은 5월 6일부터 16개 생명·손해보험사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보험료는 4세대보다 약 30% 낮게 설계됐다. 기본계약과 중증 특약만 가입하면 4세대의 절반 수준까지 내려간다.
대가는 비중증 비급여 보장 축소다. 자기부담률은 30%에서 50%로 올랐고, 연간 보장 한도는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줄었다. 통원 때는 치료비의 절반과 5만원 중 큰 금액을 가입자가 먼저 낸다. 소액 비급여 청구를 막으려는 장치다.
도수치료와 비급여 주사제, 체외충격파는 비중증 특약에서 아예 빠졌다. 비급여 MRI 한도도 연 3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깎였다.
◆ 가입자 열에 여섯은 보험금을 안 탄다
전환이 유리한 쪽은 분명하다. 금융위원회의 2025년 말 실손 사업실적 분석을 보면 전체 가입자의 65%는 한 해 동안 보험금을 한 번도 청구하지 않았다. 반대로 상위 10% 가입자가 전체 지급보험금의 74%를 가져갔다.
병원에 거의 가지 않는 가입자라면 비급여 보장이 줄어든 만큼 잃을 것이 적다. 4세대 보험료가 올해 평균 20%대 오른 터라 보험료 절감폭은 더 크게 느껴진다.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6년도 실손의료보험료 조정 결과다.
◆ 통원비 20만원이면 부담은 6만원에서 10만원으로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예시로 따져보자. 비중증 비급여 통원치료비가 20만원 나왔다고 하자.
4세대 가입자는 6만원을 내고 끝난다. 5세대 가입자는 절반인 10만원을 낸다. 치료 횟수가 늘수록 보험료 절감액은 금방 상쇄된다.
도수치료는 셈법이 더 단순하다. 회당 15만원짜리 치료를 열 번 받으면 4세대는 45만원만 내고 나머지를 돌려받는다. 5세대에서는 보장 대상이 아니어서 전액이 본인 몫이다. 손해보험협회가 든 비교 사례다.
비급여 근골격계 물리치료와 주사제는 전체 실손 보험금의 27.3%를 차지한다. 암 치료비 비중의 두 배다. 금융당국이 이 항목을 정조준한 배경이다. 보험연구원과 소비자단체는 이런 치료를 자주 받는 가입자라면 보험료 절감액보다 본인 부담 증가액이 훨씬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 중증 환자는 오히려 든든해진다
5세대가 모든 환자에게 불리한 것은 아니다. 중증 비급여는 종합병원 이상에서 입원할 때 연간 자기부담 상한 500만원이 새로 생겼다. 그 이상은 보험사가 전액 책임진다.
금융위원회의 예시로 로봇수술 입원비 3000만원이 나오면 4세대 가입자는 900만원을 낸다. 5세대 가입자는 상한인 500만원만 내면 된다. 비급여 항암치료처럼 큰돈이 드는 중증 치료에서는 5세대가 유리하다.
다만 대한의사협회는 중증과 비중증을 일률적으로 나누면 골절이나 외상 같은 급성기 환자의 비급여 보장에 구멍이 생긴다고 비판한다.
◆ 무심사 전환, 유예기간 넘기면 심사 거절 위험
만기 통보를 받은 가입자는 기존 보험사에서 병력 심사 없이 5세대 실손보험 전환을 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6월 마련한 실손의료보험 재가입 업무 가이드라인에 담긴 내용이다. 다른 보험사로 옮기면 신규 가입 심사를 다시 받는다.
도수치료나 주사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는 가입자라면 유예기간을 활용해 4세대를 최대한 유지하는 쪽이 낫다. 그러나 유예기간이 지나 계약이 해지되면 기저질환이나 나이 때문에 새 실손 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고 한국소비자원은 경고한다. 전환 시점을 놓치는 것이 비급여 보장을 잃는 것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11월부터는 1·2세대 가입자에게도 5세대 전환 할인과 선택형 할인 특약이 적용된다. 4세대 가입자의 선택은 올해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5년간 차례로 같은 갈림길에 서는 4세대 실손 계약은 금융감독원 5월 말 집계로 605만 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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