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수준으로 유지했다. AI 기업의 매출 성장세 둔화와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자금조달 부담에도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국내 증시에서는 두 종목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도 커졌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노무라는 최근 발표한 글로벌 메모리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목할 종목으로 선정하고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삼성전자 67만원, SK하이닉스 470만원으로 유지했다. 제공된 자료에 따르면 두 목표주가는 이날 현재가인 약 21만원과 121만원을 기준으로 각각 219%, 288%의 상승 여력을 의미한다.
노무라의 판단은 최근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우려와 대비된다. AI 기업의 매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대규모 설비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메모리 업체의 기술 경쟁력 강화도 국내 반도체 기업의 입지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반도체 주가가 급락하면서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와 시장에서 형성된 실제 주가 사이의 간극도 커졌다.
이날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76% 오른 5768.01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5500선 아래로 밀렸으나 오후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다만 이날 반등에도 이달 들어 코스피 하락률은 15.65%에 달했다. 지수가 하루 만에 상승했지만 이달 누적 손실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이 두드러졌다. 한국투자증권의 투자자 계좌 분석에 따르면 20대 투자자의 35.5%, 30대 투자자의 39.39%가 두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만큼 주가 하락의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두 종목의 최근 낙폭은 코스피 하락률을 웃돌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각각 17.8%, 24.3% 떨어졌다. 6월 고점과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39.86%, SK하이닉스는 56.25% 하락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고점 대비 주가가 절반 가까이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의 평가손실 부담이 더욱 커졌다.
실제 투자 계좌에서도 손실이 확인됐다. 지난 15일 기준 한국투자증권에서 SK하이닉스에 투자한 고객의 74%가 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투자 고객 가운데 손실을 본 비중도 53%에 달했다.
이처럼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와 투자자들의 손실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지만, 노무라는 AI 산업의 성장세를 둘러싼 우려가 전체 메모리 수요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일부 AI 기업의 매출 성장률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데이터센터 구축과 관련한 투자 수요까지 같은 속도로 둔화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개별 기업의 실적과 자금 사정만으로 AI 인프라 투자 전반의 방향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무라가 추정한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올해 3분기 합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07% 증가했다. 두 기업의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연간 매출에 대한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려면 4분기에 상당한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AI 기업의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실제 실적 사이에 차이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메모리 수요 위축의 직접적인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자금조달 문제 역시 메모리 업황을 좌우할 결정적 변수로 보지 않았다. 특정 사업자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거나 투자 계획을 조정하더라도 이미 건설된 데이터센터와 관련 장비를 다른 사업자가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개별 사업자의 재무 부담이 곧바로 데이터센터 인프라 전체의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노무라가 메모리 시장의 핵심 지표로 제시한 것은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신규 설비 규모다. 보고서에서 집계한 신규 설비 규모는 올해 22.3기가와트(GW)에서 내년 31.5GW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증가율은 약 41.3%다. 데이터센터 증설이 이어지면서 메모리 수요가 공급 확대 속도를 웃돌 수 있다는 게 노무라의 판단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AI 데이터센터의 연산과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노무라는 AI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메모리 수요가 공급보다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이 2028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AI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커졌지만, 데이터센터 설비 확대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수요의 흐름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중국 메모리 업체의 기술 추격에 대해서도 노무라는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중국 최대이자 세계 4위 D램 제조사로 소개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최근 4F² 기술 개발에서 진전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기술이 중국 업체의 생산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기업의 시장 지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에 반영됐지만, 노무라는 기술 전환의 영향을 시장이 지나치게 크게 평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노무라는 반도체 기업의 재무 여력이 개선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반도체 기업 9곳의 합산 순현금은 올해 2분기 2천820억달러에서 2028년 말 약 2조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자료에 제시된 원화 환산액은 각각 약 374조7천억원과 2천657조원이다.
이 같은 전망은 AI 인프라 투자로 발생하는 자금이 데이터센터 사업자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공급업체의 재무 여력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에 바탕을 두고 있다. 노무라는 반도체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과 메모리 수급 여건을 함께 고려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유지했다.
두 기업의 앤트로픽 투자 참여도 보고서에서 언급됐다. 다만 제공된 자료에는 투자 규모나 구체적인 투자 조건은 제시되지 않았다. 노무라는 AI 기업과 반도체 기업의 관계를 살피는 한편, 데이터센터 증설과 메모리 공급 부족을 두 회사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근거로 들었다.
노무라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같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노무라는 지난 9월 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두 기업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각각 67만원, 470만원으로 제시했다.
당시 보고서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고점 대비 약 37% 하락한 상태라며, 2027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을 기준으로 한 평균 배수가 약 3배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당시 노무라는 AI 투자 사이클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와 제한적인 공급을 근거로 국내 반도체 기업의 펀더멘털이 탄탄하다고 진단했다. 빅테크 기업의 실제 자본지출 여력도 시장의 우려보다 강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메모리 시장의 수급 여건과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을 함께 고려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노무라는 당시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노무라는 "현재 메모리 시장은 AI 투자 사이클에 힘입어 전례 없는 수요 호조를 보이는 반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향후 4년 내 글로벌 메모리 생산 능력이 지금의 두 배인 월 720만 개, 6년 내에는 세 배인 월 1천100만 개 규모로 늘어야 폭발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노무라도 메모리 수요 전망이 모든 상황에서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 지속적으로 축소되거나 이미 자금조달을 마친 사업까지 대규모로 지연될 경우에는 메모리 수요 전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로 얼마나 지속되는지가 노무라의 메모리 업황 판단에서 주요 조건으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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