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증가와 내수 회복 기대에 힘입어 상승했던 백화점·편의점주가 최근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 강세로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쇼핑 가격 매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다 백화점 명품 매출 성장세까지 둔화하면서 유통업종의 실적 개선 기대가 약해진 영향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롯데쇼핑 등 주요 백화점주의 주가는 올해 여름 고점을 기록한 뒤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신세계는 지난 7월 1일 기록한 고점인 77만6000원과 비교해 전일 종가(26만6000원) 기준 65.7% 떨어졌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과 롯데쇼핑도 각각 59.9%, 52.4% 하락했다. 상반기 거둔 상승분을 하반기 들어 상당 부분 반납한 셈이다.
주가 약세의 배경으로는 외국인 소비 둔화 우려가 꼽힌다.
원·달러 환율은 7월 초 1550원대에서 최근 1325원대로 하락했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외국인 관광객이 자국 통화로 환산해 부담하는 국내 상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쇼핑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 특히 명품과 고가 패션 상품은 구매 금액이 큰 만큼 환율 변화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가 소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 흐름을 보이면서 백화점 산업 내 외국인 매출이 감소할 거라는 우려가 커졌고, 이는 백화점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하락으로 이어졌다"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백화점 기업들의 기존점 매출 증가율도 6월을 기점으로 아쉬운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라며 "이는 온전히 외국인 매출 감소 때문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원화 강세에 따른 내국인 아웃바운드(해외여행) 수요 회복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백화점 매출 지표에서도 성장세 둔화가 확인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매출은 5월 전년 동기 대비 24.5% 증가한 데 이어 6월에도 22.2% 늘었다. 그러나 7월에는 17.9%, 8월에는 11.9%로 증가 폭이 연이어 축소됐다. 8월의 매출 증가 폭은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백화점 명품 매출 증가율도 2분기 월별 34~38% 수준에서 7월 28.9%, 8월 15.6%로 둔화했다. 전체 매출 증가율과 명품 매출 증가율이 나란히 낮아지면서 백화점 업계의 성장 속도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도 낮아지는 모습이다.
백화점 매출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하향 조정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신세계의 목표주가를 각각 53만 원, 72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백화점의 경우 3분기 명품 가격 인상이 없었고 환율 하락으로 내외국인 매출 성장률이 다소 둔화됐던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롯데쇼핑의 목표주가도 기존 20만 원에서 17만5000원으로 낮췄다. 유 연구원은 "환율 하락으로 아웃바운드 여행객 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외국인 매출 성장률이 상반기 90~100% 수준에서 평균 70%대로 낮아지면서 백화점 성장률이 다소 둔화됐다"라고 분석했다.
백화점뿐 아니라 편의점주도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외국인 관광객의 매장 이용 증가와 점포 구조조정 효과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상반기 주목받았지만, 최근에는 주가 조정을 받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간편식과 식품 등을 구매하는 사례가 늘면서 편의점이 새로운 소비 채널로 부각됐으나, 환율 하락과 내수 부진 우려가 겹치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편의점의 외국인 소비 흐름은 백화점과 차이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담배 등 기존 주력 상품보다 식품과 먹거리 중심으로 나타날 경우 편의점의 매출 구성과 수익성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관광객의 특징은 편의점 담배 매출 비중이 10% 수준에 불과해 30~40%인 내국인 대비 낮다는 점에 있다"라며 "이에 외국인 관광객의 구조적 성장은 편의점의 외형 성장에 기여함과 동시에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 1~9월 외국인 고객의 치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해 전체 치킨 매출 증가율인 19%를 크게 웃돌았다. 외국인 고객의 오후 6~11시 치킨 매출은 341% 늘었고, 같은 시간대 무알코올 맥주와 하이볼 매출도 각각 153%, 143% 증가했다. 외국인의 전체 소비 규모가 둔화할 가능성은 부담이지만, 고객 구성과 상품군에 따라서는 새로운 성장 기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증권가에서는 연말 내국인 소비가 유통주 반등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의 성과급 지급과 연말 쇼핑 수요가 소비심리를 자극한다면 외국인 소비 성장세 둔화를 일부 만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 급락에 따른 자산효과 축소 등이 백화점 업체들의 주가 조정으로 이어졌지만, 여전히 외국인 매출 성장세가 높은 데다 내년 1분기 주요 기업들의 상여금 지급으로 올 4분기부터 백화점 기존점 성장률 흐름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본격적인 백화점 투자 비중 확대 여부는 11월 소비심리와 12월 매출을 확인한 뒤 판단할 필요가 있다"라며 "특히 12월 기존점 매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 후반 이상을 기록한다면 외국인 소비의 공백을 내국인 수요가 메우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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