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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올겨울 월동 준비 목록에 '안전'을 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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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시영 대구동부서장
곽시영 대구동부서장

11월이 되면 우리네 어머니들은 늘 바빴다.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버무려 김장독을 채웠고, 창고에는 연탄을 차곡차곡 쌓았다. 창틈마다 문풍지를 새로 바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집 안이 겨울 채비로 가득 차고 나서야 "이제 겨울 날 준비가 됐다"며 한숨을 돌리셨다. 월동 준비는 단순한 살림이 아니라, 추운 계절 동안 가족을 지키겠다는 약속이었다.

세월이 흘러 김장은 사 먹는 집이 늘었고 연탄 대신 보일러가 집을 데운다. 겨울을 나는 모습은 달라졌지만, 가족을 지키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요즘의 월동 준비 목록에는 예전에 없던 항목이 하나 더해져야 한다.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까지, 이제는 집집마다 공기처럼 자리 잡은 리튬이온배터리다. 불꽃도 연기도 보이지 않지만, 작은 몸집에 엄청난 에너지를 품은 이 배터리 역시 우리가 다스려야 할 '불'이다.

올해 11월은 제79회 '불조심 강조의 달'이다. 소방청과 전국 시도 소방본부는 한 달 동안 국민의 화재 예방 의식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날이 추워지면 전기히터와 전기장판 등 난방기구 사용이 늘고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콘센트 하나에 여러 기기를 꽂아 충전하는 일도 잦아진다. 겨울의 문턱에서 불조심을 다시 이야기하는 이유다.

최근 화재 양상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이 바로 배터리 화재다. 대구에서는 최근 5년간(2022년~2026년 8월) 배터리 관련 화재가 225건 발생해 3명이 숨지고 23명이 다쳤다. 2022년 35건이던 화재는 해마다 늘어 올해는 8월까지만 40건에 이른다. 안타깝게도 숨진 3명은 모두 주택 내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던 중 변을 당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한번 열폭주가 시작되면 순식간에 불이 번지고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와 초기 진압이 매우 어렵다.

불이 난 순간을 들여다보면 예방의 실마리가 보인다. 그렇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살펴봐야 한다. 바로 충전 습관이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전동 이동장치 이용자 10명 중 7명이 집 안에서 배터리를 충전하고, 그중 가장 많은 장소가 현관이었다. 현관은 불이 났을 때 우리가 빠져나가야 할 통로다. 그 길목에서 불이 나면 대피로 자체가 막혀버린다.

생활 속 수칙은 어렵지 않다. 충전은 현관이나 복도처럼 대피 통로가 되는 곳과 주변에 불에 타기 쉬운 물건이 있는 곳을 피하고, 배터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에서 해야 한다. 제품에 맞는 정품·KC 인증 충전기를 사용하고, 충전이 끝나면 전원을 분리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특히 충전 중에는 배터리 상태를 살펴 배터리가 부풀거나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지는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즉시 충전을 중단해야 한다.

기본도 잊어서는 안 된다. 아파트에서는 방화문을 늘 닫아두고 가족 모두가 피난 경로를 알아둬야 한다. 단독주택이라면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연기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감지기는 잠든 가족을 깨우는 가장 확실한 파수꾼이다.

'제궤의혈(堤潰蟻穴)'이라는 말이 있다. 천 길 둑도 작은 개미구멍 하나로 무너진다는 뜻이다. 손바닥만 한 배터리 하나, 무심코 꽂아둔 충전기 하나가 한 가정의 평온을 무너뜨릴 수 있다. 큰 재난은 언제나 작은 틈에서 시작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은 1735년 필라델피아 시민들에게 화재 예방을 호소하며 "1온스의 예방이 1파운드의 치료만큼 가치 있다"는 말을 남겼다. 30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이 당부는 유효하다. 불을 끄는 일은 소방관의 몫이지만, 불이 나지 않게 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우리네 어머니들의 월동 준비는 김장과 연탄 비축으로 끝났지만, 우리의 월동 준비에는 한 가지가 더 남아 있다. 오늘 밤 현관 앞 충전기를 한번 살펴보고, 감지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 그 작은 습관이 올겨울 우리 가족의 따뜻한 일상을 지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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