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2차전지 관련주들이 시장 평균을 웃도는 낙폭을 기록하며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정책 불확실성과 전기차 수요 부진, 에너지저장장치(ESS)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탈중국 공급망 재편과 내년 ESS 실적 개선 기대가 여전히 유효하다며 업종 내 선별적인 반등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K-AI 2차전지' 지수와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최근 1주일(15~23일) 동안 각각 15.86%, 13.42% 하락했다. 이는 코스피(-7.63%)·코스닥(-8.76%) 지수 낙폭을 상회하는 수치며 거래소가 산출하는 39개 테마형 지수 중 하위 1, 7위다.
같은 기간 종목별로 살펴보면 엘앤에프가 26.20% 급락하며 낙폭이 가장 컸다. 이어 ▲에코프로비엠(-20.34%) ▲SKC(-19.80%) ▲엔켐(-17.68%) ▲에코프로(-17.39%) ▲삼성SDI(-17.01%) 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밖에 ▲SK이노베이션(-15.38%) ▲에코프로머티(-15.44%) ▲LG화학(-14.39%) ▲포스코퓨처엠(-13.27%) 등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나타냈다.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던 LG에너지솔루션(-9.24%),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10.07%), POSCO홀딩스(-10.84%) 역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보다 부진했다. 주요 2차전지 종목 13개 모두 양대 지수의 하락률을 웃도는 손실을 기록한 셈이다.
2차전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성적표도 초라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는 같은 기간 28.26% 급락하며 국내 상장 ETF 1176개 가운데 수익률 하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 역시 26.32% 하락하며 하위 4위를 기록했다.
일반형 ETF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KODEX 2차전지산업'은 14.35%, 'TIGER 2차전지테마'는 14.25%, 'TIGER 2차전지TOP10'은 13.87% 각각 하락했다. 신한자산운용 'SOL 전고체배터리&실리콘음극재'(-15.93%),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15.88%), BNK자산운용 'BNK 2차전지양극재'(-15.84%) 등 소재·차세대 배터리 관련 상품도 큰 폭의 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2차전지 관련 종목의 하락에 투자하는 'RISE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는 14.94% 상승하며 전체 ETF 수익률 상위 3위에 올랐다. 업종 전반의 약세가 이어지면서 상승과 하락 방향에 투자한 상품 간 수익률이 극명하게 엇갈린 것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개인투자자의 대응이 뚜렷하게 갈렸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주요 2차전지 종목 13개를 모두 순매도하며 총 594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은 544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외국인이 내놓은 물량을 상당 부분 받아냈다.
특히 삼성SDI를 둘러싼 매매 공방이 치열했다. 외국인은 삼성SDI를 3137억원어치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332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은 엘앤에프(678억원), 에코프로비엠(661억원), 에코프로(612억원) 등 낙폭이 컸던 종목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기관은 LG에너지솔루션(1183억원), SK이노베이션(491억원) 등을 순매수하며 종목별로 차별화된 대응을 보였다.
최근 2차전지 업종의 급락 배경으로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정책 불확실성이 지목된다.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 주도권을 확보하더라도 전기차 보조금 부활 등 친환경 정책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전력·소음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ESS 수요 확대 기대에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의 구조적인 수요 부진도 부담이다. 보조금 폐지 이후 전기차 판매 회복이 지연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과 수익성 개선 속도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부담까지 겹친 소재업체들은 셀 제조사보다 큰 폭의 주가 조정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주가 하락이 중장기 업황 전망의 훼손보다는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선제적인 매도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변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중간선거에 대한 오해 및 선제적 매도 접근으로 인해 최근 열흘간 주가는 하락했다"며 "현재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ESS 수주 확대는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 기대감보다는 기존 미국 전력망용 ESS 시장에서의 탈중국 움직임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ESS 수주 물량이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되면서 업종 내 차별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내년 미국 배터리 ESS 설치 수요가 전년 대비 29% 증가한 80.6GWh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데이터센터 연계 ESS 수요도 올해 1.9GWh에서 내년 12.1GWh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향후 2차전지주의 반등 여부는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ESS 수주 확대가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지에 달렸다는 평가다. 업종 전반의 동반 상승보다는 수주잔고와 생산능력, 수익성 회복 가능성을 확보한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 차별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북미 ESS 출하 본격화에 따른 셀업체 중심의 실적 턴어라운드에 주목한다"며 "소재업체는 출하 회복에도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역래깅과 자금 여력, 밸류에이션 부담을 고려하면 셀업체의 상대적 우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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