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주가 1000원 미만 저가주에 대한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한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 관련 기업들의 정리매매를 보류하면서 제도 집행의 일관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정리하겠다는 취지로 퇴출 기준을 높였지만, 실제 집행 과정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정리매매를 멈추면서 기준 적용 원칙이 불분명해졌다는 지적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주가 요건 미달로 상장폐지가 결정된 코스닥 상장사 5곳의 정리매매 절차를 보류했다. 티케이지애강과 뉴인텍, 형지글로벌, 바른손이앤에이, 아이스크림에듀 등이다.
이들 기업은 지난 8월 13일 주가가 1000원 미만으로 30거래일 연속 유지되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후 90거래일 안에 45거래일 연속 주가를 1000원 이상으로 회복해야 했지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다.
문제는 뉴인텍 등 일부 기업이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자 거래소가 법원 판단에 앞서 같은 사유로 상장폐지가 결정된 5개사 전체의 정리매매를 보류했다는 점이다. 가처분을 신청하지 않은 기업도 보류 대상에 포함한 것이다.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로, 법원 판단이나 상황 변화가 있을 때까지 정리매매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상장폐지 결정 자체는 유지돼 주주들의 불확실성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최근 시가총액 미달 기업의 상장폐지 절차를 보류한 사례와도 차이를 보인다. 이달 초 주연테크와 케이엠제약은 시가총액 기준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법원이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한 뒤 거래소가 관련 절차를 중단했다.
법원의 판단을 확인한 뒤 절차를 보류한 앞선 사례와 달리 이번에는 가처분 결과가 나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정리매매를 멈춘 것이다. 상장폐지 사유는 다르지만 법적 분쟁이 발생한 기업의 퇴출 절차를 언제, 어떤 기준으로 보류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거래소가 법적 분쟁과 투자자 피해를 우려해 정리매매를 보류할 수는 있지만, 일부 기업의 가처분 신청을 계기로 같은 사유로 상장폐지가 결정된 5개사의 절차를 일괄 중단한 판단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상장폐지 결정은 유지하면서 정리매매를 보류한 만큼, 어떤 경우에 퇴출 절차를 유예하고 그 범위를 어디까지 적용할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상장폐지 기준 자체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부실기업의 장기 상장이 시장 신뢰를 떨어뜨리고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7월부터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했다. 시가총액 기준은 코스피 300억 원, 코스닥 200억 원으로 높아졌고,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 기업도 일정 기간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그러나 주가와 시가총액은 기업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뿐 아니라 시장 상황과 투자심리, 유동성에도 영향을 받는다. 실적이 양호하거나 충분한 자기자본을 확보한 기업이라도 주가가 하락하면 퇴출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나스닥의 경우 시장별 상장유지 요건에 시가총액뿐 아니라 자기자본과 순이익 등 재무 기준도 활용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시가총액 미달 자체가 별도의 상장폐지 사유로 적용돼 해당 기준만으로는 기업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도 제도 강화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해 보완책을 마련했다.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2개 연도에 영업이익을 냈거나 1개 연도에 흑자를 기록하면서 자기자본이 200억 원 이상인 기업은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정리매매 없이 코넥스로 이전상장할 수 있도록 했다. 내년 1월로 예정됐던 시가총액 기준 추가 상향도 6개월 연기했다.
다만 코넥스 이전상장은 기존 시장의 상장을 유지하는 것과 달리 거래 시장 자체를 옮기는 방식이다. 재무 기준을 충족하면 기존 시장에 남을 수 있는 나스닥의 제도와는 차이가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부실기업 퇴출의 필요성과 별개로 상장폐지 기준의 합리성, 실제 집행 과정의 일관성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절차 보류가 불가피하더라도 어떤 조건에서 대상 기업 전체에 적용되는지 명확한 원칙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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