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접경지역에서 북한군 자주포와 병력이 잇따라 포착되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실제 북한군의 움직임을 더욱 위협적으로 꾸민 인공지능(AI) 조작 영상까지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전쟁 직전'이라는 반응까지 나오면서 가짜 영상이 불필요한 공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26일 X에는 '지금 김포에서 보이는 뷰'라며 올라온 약 31초 분량의 영상에는 북한군 병사 20명 이상이 자주포 주변에 집결해 망원경으로 남쪽을 살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습이 담겼다.
작성자는 "너무 무섭다"고 했고, 여기엔 "쏘려고 각 재는건가" "너무 무섭다" "많이 심각해보인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실제 상황이냐"는 네티즌 질문에 작성자는 "그렇다"고 답하면서 불안을 증폭시켰다.
이 영상은 올라온 지 이틀 만인 28일 기준 490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해당 영상은 AI로 조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영상 속 자주포의 포구다. 실제 촬영된 영상에서는 포구가 검고 선명한 구멍으로 나타나지만, 온라인에서 확산한 영상에서는 회색으로 뭉개져 있었다. 병사들이 포구 앞을 지나갈 때마다 구멍이 열렸다 닫히는 것처럼 모양이 바뀌기도 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연구위원은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에 "포신은 입이 아니다. 그렇게 열렸다 닫혔다 할 수는 없다"고 했다. AI가 영상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물체의 형태를 일관되게 유지하지 못하는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고 영상이 아예 허구는 아니다. 연합뉴스와 YTN 등 국내 언론이 지난 26일 애기봉 전망대에서 직접 촬영한 영상에는 북한 황해도 개풍군 해안가 접경지역에 122㎜ 자주포로 추정되는 북한군 자주포 3대가 배치된 모습이 담겼다. 이 중 한 대 주변에는 북한군 병력 열댓명이 망원경 등을 이용해 남쪽을 관찰하는 장면이 담겼다. 북한군 자주포에는 "조선인민의 철천지 원쑤인 미제 침략자들을 소멸하라!"는 선전 문구도 적혀 있었다.
애기봉 전망대에서 북한 지역까지의 거리는 약 1.5㎞다. 이곳에서는 북한군이 전술도로나 철책을 건설하는 모습이 종종 관측돼 왔지만, 자주포 배치는 이례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에 퍼진 영상은 이런 실제 영상에 일부 병사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등 실제보다 위협적인 모습을 AI로 연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영상과 조작 의심 영상을 비교하면 같은 자주포와 주변 나무, 철책 등이 동일한 각도에서 나타난다. 원본 영상에도 북한군 병사들이 모여 망원경으로 남쪽을 바라보는 모습이 담겨 있다.
다만 조작 의심 영상에서는 남쪽을 가리키는 병사가 더 많아지고 일부 병사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등 움직임이 한층 위협적으로 표현됐다. 실제 4초 분량의 영상이 31초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이런 변화가 나타났다는 게 NK뉴스의 분석이다.
AI로 조작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진도 확산했다. 지난 26일 엑스에는 경기 김포시 애기봉 전망대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 안에서 손님들이 창밖의 북한군 자주포를 바라보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 자주포는 매장 바로 앞에 배치된 듯한 모습으로, 해당 게시물은 조회수 100만회를 넘겼다.
해당 사진 역시 지난 25일 연합뉴스가 애기봉 전망대에서 촬영한 북한군 자주포 사진에 다른 이미지를 합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스타벅스 매장은 강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있지만, 조작 의심 사진에서는 북한 쪽 강변이 거의 수면 높이에서 보이도록 표현됐다. 매장 내부에 실제로는 없는 형태의 스타벅스 간판이 걸려 있는 점도 조작 의심 근거로 제시됐다. 북한군 자주포를 사진처럼 맨눈으로 선명하게 볼 수는 없으며, 이를 확인하려면 쌍안경이나 망원렌즈가 장착된 카메라가 필요하다.
이처럼 실제 북한군의 군사적 움직임이 확인된 상황에서 이를 더욱 위협적으로 묘사한 AI 사진과 영상까지 확산하면서 접경지역의 긴장감을 둘러싼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이미지가 대중의 불안을 부추기고 실제 안보 상황에 대한 판단까지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종연구소 피터 워드 연구위원은 NK뉴스에 "한국의 정보기관이나 군, 미국의 군과 정보기관이 이런 영상에 속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더 큰 위험은 일반 시민들의 공포를 조장하는 데 있다고 했다.
그는 딥페이크 기술이 저렴한 비용으로도 현실적인 가짜 영상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시민들이 불안감에 생필품 사재기에 나설 가능성도 경고했다. 딥페이크란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란 말의 합성어로, AI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가짜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을 의미한다.
실제로 최근 스레드와 X 등에서는 전쟁에 대비해 어떤 물품을 준비해야 하는지 묻거나 식량과 생필품을 비축한 사진을 올리는 게시물도 등장했다.
워드 연구위원은 이런 허위 정보를 두고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외국의 인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남북 간 긴장은 지난달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북한 지뢰 폭발 사건 이후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당시 북한이 매설한 지뢰가 폭발해 한국군 장병 3명이 다쳤다.
여기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최근 접경지역에 대한 '전술적 타격수단의 증강 및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박정천 북한군 원수 역시 남측 군이 북한군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즉각 반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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