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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지폐 찍더니 이젠 코인 턴다…北 '해킹 외화벌이'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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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컴퓨터로 수업 받는 북한 초등학생들. 2021.8.17. 조선신보 연합뉴스
노트북 컴퓨터로 수업 받는 북한 초등학생들. 2021.8.17. 조선신보 연합뉴스

과거 위조지폐와 마약 밀매 의혹으로 국제사회의 감시를 받았던 북한이 이제는 가상화폐 해킹을 주요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8조원대 가상화폐가 탈취된 사건의 배후로 북한 해킹조직이 지목되면서, 수십 년에 걸쳐 변화해온 북한의 불법 외화벌이 수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31일 외신과 블록체인 분석업체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현지 시각) 바이낸스에서 약 63억달러(약 8조4000억원) 상당의 가상화폐가 탈취됐다. 해커들이 이처럼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산을 빼돌리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0분가량이었다.

미국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는 이번 사건의 배후로 북한 정예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를 지목했다. 다만 북한의 소행이라는 건 민간 분석업체의 판단으로, 수사기관의 최종 결론이 나온 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바이낸스 해킹이 북한 해커 그룹의 소행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모른다"면서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탈취된 가상화폐의 규모는 북한 연간 국민총소득(GNI)의 약 5분의 1에 달한다.

◆ 위조지폐·마약 밀매 의혹에서 가상화폐 해킹까지

북한의 불법 외화벌이 의혹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0년대 북한은 정교하게 제작된 100달러 위조지폐인 이른바 '슈퍼노트'의 제작·유통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2000년대에는 필로폰 등 마약의 제조와 밀매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후 인터넷과 디지털 금융시장이 성장하면서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도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갔다.

북한이 사이버 범죄 의혹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대표적인 사건은 2014년 미국 영화사 소니픽처스 해킹이다.

당시 소니픽처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암살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 '인터뷰' 개봉을 앞두고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미국 정부는 북한을 공격 배후로 지목했다. 김정은 암살 음모를 그린 영화 개봉을 추진한 데 따른 보복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북한 연계 해킹조직은 금융기관과 가상화폐 거래소 등으로 공격 대상을 확대했다. 특히 국경을 넘어 자금을 이동시킬 수 있는 가상화폐는 해커들의 주요 표적이 됐다.

실제 2022년에는 북한 연계 해킹조직 라자루스가 블록체인 게임 네트워크 '로닌'에서 약 6억2000만달러(약 8000억원)를 탈취한 것으로 지목됐다.

2024년에는 라자루스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트레이더트레이터가 일본 가상화폐 거래소 DMM비트코인에서 약 3억800만달러(약 4000억원)를 빼돌린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다.

작년 2월에는 바이비트 거래소에서 당시 역대 최대 규모였던 약 15억달러(약 2조원)의 가상화폐가 탈취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올해 10월에는 바이낸스에서 그보다 4배 이상 큰 규모의 해킹 사건이 발생하면서 북한 해킹조직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해킹으로 외화 수입 절반?…핵·미사일 개발 자금 의혹도

북한의 사이버 범죄는 단순한 해킹을 넘어 정권의 주요 자금 확보 수단으로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2024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 유엔 회원국은 북한이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을 통해 전체 외화 수입의 약 50%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다른 회원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프로그램 자금 중 약 40%가 불법 사이버 활동으로 조달된다고 보고했다.

전문가패널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북한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가상화폐 관련 기업 해킹 사건 58건을 조사했다. 이들 사건의 피해 규모는 약 30억달러에 달했다.

최근에는 그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해커들이 탈취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상화폐는 약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로, 전 세계 가상화폐 탈취액의 약 60%를 차지했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정상적인 외화 수입에 제약을 받는 북한이 해킹을 통해 거액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수학 잘하는 어린이 골라 해커로…전문 인력까지 체계적 육성

북한이 해킹을 주요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전문 해커를 길러내는 교육 체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어린 시절부터 수학과 과학에 재능을 보이는 학생을 선발해 사이버전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발된 학생들은 3~5년간 훈련을 받고, 이 가운데 우수한 인재들은 대학의 전문 교육과정으로 진학하는 방식이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가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평양 모란봉대학은 군사학과 해킹, 암호 해독 등을 결합한 5년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정예 요원들은 중국과 러시아에서 추가 훈련을 받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북한 해커들은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이고 숙련된 사이버 행위자들"이라며 "이들은 체계적인 훈련을 거쳐 정권의 외화벌이를 위해 투입된다"고 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북한의 해킹 위협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이버보안업체 스텔스몰의 사이먼 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가 해커들의 보안 취약점 탐색과 공격 자동화를 돕고 있다며 "AI는 해커들에게 날개를 달아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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