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늘고 있다. 특히 제조업 등 인력난을 겪는 업종에서 일하는 비전문취업(E-9) 체류 외국인은 최근 4년 사이 50% 넘게 증가했다.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따르면 대구에 체류지를 둔 E-9 외국인은 2021년 4천910명에서 2025년 7천450명으로 2천540명(51.7%) 늘었다. 대구시가 실시한 '외국인 인력 고용·노동 실태조사'에서는 조사에 참여한 외국인 노동자의 90.2%가 E-9 체류자격이었고, 98.2%는 제조업에 종사했다. 현재 사업장에서 일한 기간이 3년 미만인 응답자도 67.4%에 달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대구는 단순히 일하는 곳만은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81.7%는 장기체류가 가능한 비자를 취득한다면 대구에 계속 거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착을 희망하더라도 현실적인 어려움은 적지 않다. 실제 대구에서 만난 외국인 노동자들은 낯선 생활환경에 적응하는 과정부터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와 가족 동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 낯선 대구살이, 주변에 묻고 또 묻고…"쉽게 도움받을 환경 필요"
네팔 출신 햄라즈 번다리(27) 씨는 2023년 8월 비전문취업(E-9) 체류자격으로 한국에 들어와 대구의 종이·인쇄 관련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중구 남산동에 있는 회사 기숙사에서 동료 2명과 생활한다.
한국에 온 지 3년이 넘은 지금은 일상 대부분을 혼자 해결하지만 처음 대구에 왔을 때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많았다.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병원을 이용하거나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감기와 몸살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의사와의 의사소통이 어려워 휴대전화 통역을 이용해 진료를 받아야 했다.
처음에는 동료들의 도움에 의지했지만, 한국어와 지역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일도 늘었다. 다만 여전히 모르는 일이 생기면 관련 기관보다 주변 사람들을 먼저 찾는다. 친구들에게 물어보거나 직장 팀장에게 메신저로 도움을 구하는 식이다.
주변에서도 답을 얻기 어려운 문제는 대구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 문의한다. 번다리씨는 이곳에서 한국어와 컴퓨터 수업을 듣고 지게차·굴착기 교육을 받았다. 봉사활동에 참여하거나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를 얻기도 했다.
센터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필요한 정보를 찾고 이해하는 일이 언제나 쉬운 것은 아니다. 특히 체류자격이나 행정절차처럼 전문적인 내용은 외국인 노동자가 혼자 파악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앞으로 대구에서 10년을 더 살아간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지를 묻자 그는 생활과 체류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이해하고 도움받을 수 있는 환경을 꼽았다. 번다리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구에서 더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며 "특히 체류자격이나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외국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답했다.
◆ 두 번째 한국살이는 대구…이제는 가족과 함께 살기를
같은 네팔 출신 선딥(32) 씨는 한국과 네팔을 오가며 10년 넘게 한국에서 일해왔다. 2014년 처음 한국에 들어와 충남 천안에서 약 5년간 일한 뒤 네팔로 돌아갔다. 이후 다시 한국에 입국해 대구에 자리 잡았고, 현재 E-9 체류자격으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대구 생활에는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물가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친구와 직장 동료도 많이 생겼다. 다만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어렵게 들어간 자동차부품 업체는 업무 강도와 회사 분위기 등이 맞지 않아 오래 다니지 못했고, 다시 직장을 구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체류자격상 구직 기간에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없어 친구 집에 머물며 생활비를 아끼고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선딥 씨는 "천안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직장을 구했었는데 다른 지역보다 대구는 제조업 일자리가 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의 가족생활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네팔에 있는 아내와 두 살배기 아들을 대구로 데려와 함께 살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 동반이 가능한 체류자격으로 변경하고 회사 기숙사를 나와 별도의 주거공간도 마련해야 한다. 가족이 합류하면 주거비와 생활비 등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안정적인 소득도 필요하다. 선딥 씨는 "지금 혼자 살고 있으니까 외로운 부분이 있다. 가족들도 데려와 같이 살고 싶다"면서도 "가족이 오면 경제적인 측면이 부담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 '남고 싶은 도시'에서 '남을 수 있는 도시'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는 대구에서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소득이 끊기면 당장의 생계뿐 아니라 가족 동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대구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정보 접근성도 중요한 문제로 꼽혔다.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주변 사람들에게 의존하거나 체류자격 변경에 필요한 절차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장기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취업 지원뿐 아니라 지역에서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마련하고 장기간 거주할 수 있도록 정착 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규 대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순히 외국인의 취업을 늘리는 것을 넘어 지역기업의 인력수요와 외국인 인재의 전공·역량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정용교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인이 대구에서 장기간 거주하려면 고용 안정성과 임금 등 노동시장 여건이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지역경제 기반도 갖춰져야 한다"며 "대구의 산업과 경제 여건을 고려한 외국인 정착계획을 마련하고, 실제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정책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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