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시행 예정이던 가상자산 소득과세가 2년 더 미뤄진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에 유예를 공식 요청한 지 하루 만이다. 2022년 첫 시행을 목표로 도입된 뒤 네 번째 유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가상자산 소득과세 시행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그간 과세 시행이 세 차례 미뤄진 데 이어 한 번 더 과세 유예를 말씀드리게 된 점을 무겁게 생각한다"며 "향후 2년의 준비기간을 활용해 2029년에는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유예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를 통한 미국과의 정보교환이 2029년부터 이뤄진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디지털자산법 제정으로 디지털자산업의 제도적 기반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 부총리는 "2029년 이후 미국으로부터 가상자산 거래정보를 제공받게 되면 미국 거래소를 이용한 투자자에게도 국내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적정하게 과세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발표에 앞서 여당은 정부에 과세 유예를 공식 요청했다. 권칠승 민주당 정책위의장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준비되지 않은 과세는 성실 납세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시장을 음성화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도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과세 원칙, 국내 산업 여건, 이용자 간 형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끝에 우선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해서 전체적인 틀을 세우고 기업과 투자자들의 적응 기간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뜻을 모았다"면서 "이번에는 유예기간을 분명하게 정하고 해외 거래 정보 활용과 전산 검증, 납세 안내 방식 등 선행 과제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당정협의회에서는 유예 여부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3일 당 지도부에 유예를 건의하면서 방향이 정해졌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과세 유예가 당론이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연간 250만원을 넘는 소득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내용이다. 당초 2022년 시행 예정이었지만 2023년, 2025년, 2027년으로 세 차례 연기됐다. 정부는 지난 8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추가 유예 없이 내년 시행 방침을 유지했으나 석 달 만에 방향을 바꿨다.
정부는 유예와 함께 손실 이월공제를 새로 도입한다. 한 해 발생한 손실을 최대 3년간 이월해 이후 소득에서 공제하는 방식이다. 가상자산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원칙적으로 이월공제가 인정되지 않지만, 가격 변동성이 큰 점을 고려했다. 미국·영국 등이 이월공제를 인정하고 있고 일본도 최근 허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다.
이 부총리는 "더 이상 손실 이월공제가 가상자산 과세의 논란 대상이 되지 않게 이번 정기국회에서 유예 조치와 함께 처리되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조만희 재경부 세제실장은 "2029년에 손실이 났다면 3년간 이월해 이득에서 공제할 수 있다"며 "제도를 3년간만 운영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공제 순서는 기본공제 250만원을 먼저 뺀 뒤 이월 손실을 차감한다. 과세 시작 전에 이미 팔아 확정된 손실은 이월공제 대상이 아니다.
주식과의 형평성 문제도 남는다. 이 부총리는 주식 손실 이월공제를 묻는 질문에 "상장주식은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전체가 비과세여서 현재로서는 검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세부 과제는 전문가·업계·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디지털자산 과세 민관합동 워킹그룹'에서 논의한다. 스테이블코인 과세 방식, 외국 거래소의 무기한 선물 과세, 법적 정의가 없는 대여소득의 판정 기준 등이 과제로 꼽혔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내년 정기국회에 제출하고, 세부 과세 기준은 2028년 상반기에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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