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막을 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에서 금메달은 한국이 땄지만, 국내 야구인들의 부러움을 산 쪽은 준우승팀 일본이었다. 한국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 본선 4강에서 5대 0 완승을 거두고 결승에서도 막판까지 대등하게 맞선 일본 대표팀은 전원 기업 소속 실업팀 선수였기 때문이다.
일본 실업 선수들은 도요타나 오지 같은 대기업 정직원으로 입사해 오전에는 회사 업무를 보고 오후에는 야구 훈련을 한다. 선수 생활을 마친 뒤에도 회사에 남아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한국 선수들과 달리,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수준 높은 야구를 이어갈 길이 열려 있다.
일본의 이런 환경이 유독 아쉽게 다가오는 곳이 포항이다. 훌륭한 야구장을 갖추고도 일 년 내내 제대로 쓰지 못하는 포항야구장의 현실 때문이다.
1만2천 석 규모의 포항야구장은 올해 초 시비 20억원을 들여 최신형 고화질 전광판을 설치했다. 정부 안전점검에서도 전국 13개 프로야구장 가운데 드물게 '양호'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프로 경기는 구경하기 힘들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1일 대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에서 만원 관중 속에 KIA 타이거즈를 6대 1로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포스트시즌 46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할 만큼 야구 열기가 뜨겁지만, 제2홈구장인 포항야구장은 딴 세상이다. 올해 배정된 1군 경기는 지난 5월 주중 3연전이 전부였다. 그마저 하루는 비로 취소돼 포항 시민이 직접 본 프로 경기는 딱 2경기에 그쳤다.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학생 야구다. 지난 7월 전국 48개 고교팀이 참가한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와 6월 '전국중학야구선수권대회' 때는 선수단과 학부모 수천 명이 야구장을 메웠다. 그러나 여름 대회가 끝나면 동호인 대관 외에는 굵직한 경기가 끊긴다. 이곳에서 땀 흘린 고교 선수들도 프로 지명을 받는 10%를 제외하면 졸업 후 설 무대가 없어 야구를 포기한다.
사실 일본처럼 직장과 야구를 병행하는 모델은 과거 포항에도 있었다. 포항제철(현 포스코)은 1977년 실업야구단을 창단했고, 1981년에는 포철공고(현 포항제철고) 야구부를 만들어 강민호·권혁 같은 국가대표 선수를 키워냈다. 기업이 젊은 선수들에게 일자리와 운동을 함께 보장했던 역사다.
포항야구장을 살리려면 이 구조를 오늘날에 맞게 되살려야 한다. 포항시와 지역 기업,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손잡고 실업팀을 만들거나 프로 2군(퓨처스리그)과 독립리그가 함께 뛰는 '주말 세미프로리그'를 유치하는 방안이다. 포항야구장을 거점으로 삼으면 고교 졸업 선수들은 직장을 다니며 야구를 이어가고, 시민들은 주말마다 경기를 즐길 수 있다.
포항시 인구 48만7천여 명 가운데 60여 개 사회인 야구단 동호인과 학생 선수, 가족을 합치면 약 3%인 1만5천여 명이 야구와 호흡하며 살아간다. 지난 5월 이틀 연속 관람석을 채운 지역 야구팬까지 더하면 시민의 10% 안팎인 수만 명이 포항야구장의 불이 켜지기를 기다린다. 프로 구단이 배정하는 한 해 두세 경기에만 매달리는 관행을 끝내고 선수와 경기장이 일 년 내내 함께 살아 움직이는 환경을 만드는 일, 나고야의 일본 실업팀을 보며 포항 야구인들과 시민들이 바라는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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