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칼럼-고통을 분담할 계층>

신도시 분당의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간 친구가 집들이를 한다해서 찾아갔다.몇년 전만해도 논밭이던 땅에 거대한 아파트군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다른 나라면 10년이 걸려도 못 이룰 대역사를 속전속결로 완성하는 솜씨야말로한국인만이 가진 탁월한 능력이라 아니할 수 없다.중독된 도덕부감증-12대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되어 분양받은 친구의 새 아파트는 넓은 거실에 방이 5개인 전용면적 65평이었다.

하나 아들을 캐나다로 유학보내놓고 부부만이 거주하기에는 너무 넓은 평수였다. 아파트 내장재가 나날이 발전하고 주거공간의 설계 역시 그 실용성과편의성이 세련을 더해가다보니 거실로 들어서는 순간 호화로움에 절로 감탄사를 연발할 수 밖에 없었다.

집주인 친구의 말이었다. 거실 바닥을대리석으로 깔고 벽지를 새로 바르고 2개 화장실의 용변기와 세면기도 모두일급 외제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친구는 이 방 저 방을 구경시켜주며 개수한부분을 두고 설명했다. 그는 한술 더떠서 이렇게 말했다.

50평생 아파트에 살아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더 물을 말이 없었다. 우리나라중산층이 언제부터 이렇게 호화판 아방궁 생활에 길들여졌나를 되새기자 부러움은 잠시고 차라리 비감한 마음이 앞섰다. 65평의 아파트가 이럴진대 시가13억원이라고 떵떵거리는 1백평이 넘는다는 호화빌라는 상상만 해도 그 사치스러운 규모가 짐작이 간다.

사치에 병들어간다-일본의 집들을 외국인들은 이라 부른다. 손바닥만한 마당에 정원수를 심고 연건평 15평, 넓어야 20평의 2층집들이 다닥다닥 늘어선 꼴이 마치 닭장과 닮았다하여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출근시간 한시간대의 교외에 그런 집이라도 소유한 층은 부유하다. 통마루양쪽에 다다미 8장을 깔기 고작인 한평 못되는 방 2.3개에 부엌을 갖추고 그들은 자족하며 산다. 우리나라처럼 댄스파티라도 열만큼 넓은 거실이 있는 집이 드물다.

홍콩은 워낙 땅덩어리가 좁기도 하지만 그들의 아파트야말로 10평 내외가 평균치다. 그나마 임대아파트가 대부분이다. 방 하나에 3대가 거주하는 가구도많다. 그런 방은 접으면 벽에 붙는 2층 간이침대를 사용한다. 그 두나라가우리보다 못사는 나라가 아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중산층 아파트를 구경하면 수입정도를 따지기전에 우선 놀랄 수 밖에 없다. 그 공간의 넓이와 사치스러운 가재도구가 초선진국의수준이기 때문이다. 평수가 넓은 아파트일수록 선호도가 높으니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듯 대형 아파트일수록 값이 뛸 수밖에 없다.

의 자생-국민소득 6천달러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저소득층이 많다. 사회복지 부문과 환경정화부문의 투자는 후진국의 수준에 맴돌고 있다.각종 장애자 시설과 그들의 교육환경, 양로원, 고아원은 태부족한 상태이다.낙동강조차 식수로 쓸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강은 오염되었다. 바다로 싸인우리의 근해유역 역시 그 오염도는 심각하다. 정부는 그런 투자를 한가롭게여길만큼 당장 시급한 국책사업에 쓸 예산이 앞을 다투고 있다고 말한다.정부야 예산타령을 하건말건, 눈 아래 보이는 빈곤층의 각박한 삶을 외면한채 우리나라의 중산층은 지상낙원의 거주공간속에 쾌유하며 산다. 새 아파트의 멀쩡한 거실 바닥과 벽지를 뜯어내며 돈을 처바른다. 도덕불감증에 만성이되었으니 부끄러움을 느끼지도 못한다.

시장경제의 자유가 인정되는 나라에서 주거공간의 넓이를 제안할 수는 없다.오직 징세만이 그들의 삶에 검소의 교훈을 익히게 해주는 길이다. 고통을분담할 계층이야말로 우선 그들이 표준이 되어야 하고, 다음에는 그에서부터 부패척결이 자생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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