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 취임 4개월 결산

출범 5개월째로 접어든 김영삼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있다.최근 현안이 되고있는 한.양약분쟁, 현대노사분규, 전교조복직문제를 비롯한국정운영에 뭔가 매끄럽지 못한 면이 적지않게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또한 지난 4개월동안 태풍처럼 몰아쳤던 사정활동도 주춤거리는데다 뒷마무리가 개운치 못하다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취임후 비리척결을 위한 사정활동, 과거청산작업등 과감한 개혁정책으로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요즘 김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가 이전같지 않다는 것이일반적인 분위기다.

이같은 변화는 최근 현안이 되고있는 중대사안에 대한 각종 정책의 잇단 허점노출이 직접적인 작용을 하고있다.

그동안 김대통령은 {독주}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거의 모든 일을 직접 챙겼다.

주요한 국정이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시로 이뤄졌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청와대는 최근 "앞으로 대통령의 지시형태로 발표되는 일은 별로 없을것"이라는 말을 자주 하고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 "대통령이 모든 문제에 일일이 소총을메고 나설수는 없지 않느냐"며 "이제 취임1백일이 지난만큼 장관들도 제대로걸을때가 됐다"며 역할분담론을 강조했다.

물론 이같은 청와대측의 주장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를 김대통령의 아직까지의 {한계}와 {실상}이라는 측면에서 보려는국민이 적지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즉, 미묘하고 곤혹스러운 문제에 대해서는 발을 빼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청와대는 부처간, 당정간 심한 이견을 빚은 {무노동 부분임금}문제에 대해[김대통령은 근로자를 위하고 기업도 위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며 더이상의 코멘트를 피하고 있다.

한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사태, 약국의 집단휴업사태로 악화되고 있는 한.양약분쟁에 대해서도 역시 보사부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전교조문제도 다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으나 청와대는 가급적 개입을 않으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제까지 주요사안을 직접 진두지휘해온 김대통령의 스타일과도 전혀 다른태도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국민들의 눈은 곱지만은 않다.

사태의 심각성에 비춰볼때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슬롯머신 폐지, 카지노수사, 룸살롱중과세까지 직접 지시한 대통령이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온 이같은 중요사안을 관계부처에만 맡긴다는 것은설득력이 없다.

일부에서는 개혁일변도의 국정운영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실기}를 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는 정치적인 효과만을 지나치게 의식해온 김대통령의 국가경영자로서의 통치력에 대한 우려감까지 내비치고 있다.

모든 것을 지나치게 직접 챙기는 지시일변도의 통치스타일이 내각의 정책부재를 불렀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민주당도 24일 김영삼정부의 개혁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했다.김원기 민주당대표권한대행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는 최근 노동정책과 전교조문제를 둘러싸고 인기영합적인 정책공약을 발표했다가 곧 취소하는등 개혁의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책표류와 함께 또 한가지 비판적 시각은 사정활동에 대한 평가다.무엇하나 시원하게 마무리된 것이 없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온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슬롯머신 사건은 박철언의원등 거물급 3명만을사법처리하는 선에서 마무리됨으로써, 국민들의 의혹을 완전히 불식시키지못했다.

동화은행비자금사건도 국내에 남아있던 김종인의원만 구속되고 이룡만전재무장관 이원조전의원이 해외로 도피, 처리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박태준전포철명예회장의 뇌물수수사건과 포철의 탈세사건도 박전회장의 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이며 초점이 되고 있는 정치자금화 문제도 덮어둬 흐지부지된 인상이다.

정.관계거물들의 연루설이 파다한 카지노관련 비리문제도 세무조사만이 진행되고 있어 속시원한 무엇이 나올 것이란 기대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일련의 사정활동이 김대통령의 뜻을 거슬린 몇몇 사람들을 잡아넣은 것이 고작인 {표적수사}였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청와대주도의 개혁과 정책이 내각으로 다원화되는 것은 바람직하다.그러나 최근의 부처간 당정간 갈등, 불협화음 양상은 국민들을 불안케 하고있다.

이 시점에서 시급히 요구되는 것은 법과 제도를 통한 개혁의 지속적인 추진과 함께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김대통령의 새로운 리더십 발휘다.국민을 불안케 하는 정치는 자칫 현정부의 국정운영능력에 대한 평가잣대가될수 있으며 결국은 개혁작업의 차질로까지 이어질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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