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당 권력력학관계

금융실명제 실시로 이제는 정치인들이 {홀로서기}를 해야하는 형국을 맞고있다. 이에따라 특히 여당의원들과 그동안 정치자금을 대준 대통령, 중진보스들과의 관계도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이번 조치로 당장 차기대권이나 권력실세를 노리는 중진들의 상대적 위축이초래될것 같다는 지적이다. 현중진들은 정치판에서 중심역할을 했고 지연,학연등의 기반으로 부상한 점도 부인할 수 없으나 내막을 보면 일단 돈이 비장의 무기로 작용했다고도 볼수있다.

노태우대통령 당시만해도 김영삼대표는 물론 김종필, 박태준최고위원이나 민정계최대실세였던 김윤환의원등 중진의원들로부터 액수를 떠나 돈을 받은 의원이 적지 않았다는것은 통설이다. 물론 김종필대표와 김의원의 경우 새정부가 들어선이후 몰아닥친 개혁바람 때문에 정치적행보가 주춤한 상태를 보이고있다.

민주화투쟁에 서있었던 민주계의 중진개념은 민정계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3당통합으로 여권세력으로 편입되면서 특히 권력을 획득하면서부터 의원들에게 식사모임도 갖고 자기를 따르는 의원들에게 푼돈도 주는 민정계습성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최근 개인사무실을 내고 정책연구팀과 비서진등 10여명을 이끌고 있는 최형우의원은 근래 당내인사들은 물론 사조직사람들을 수시로 불러 식사모임을 갖는등 대담하게 자신의 정치적입지를 넓히려고 안간힘을 써왔고 김덕룡정무장관도 행보를 확대시켜 온바는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민정계의 간판스타들이 돈에 의존해온 것만은 아니다. 돈이라는 것은어떻게 보면 탁월한 정치감각, 대통령의 신임, 친화력, 지역적 연고성, 다선등의 강점을 상승작용시킨 촉매역할을 하는 요소로 보는게 타당할지도 모른다.그래서 일각에서 금융실명제실시로 정치권이 깨끗해지면 기존중진들이 휘청거릴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들이 돈만으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한것이 아니기때문에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새로운 인물이 갑자기 출현하는 돌연한 교체는 예상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자금조달능력도 예전만 못하지만 평의원보다는 여유가 있을 것으로 보여 자신의 인맥형성작업정도는 할수있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그러나 일단 이번 조치로서 민자당내에는 4-5명의 중진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것은 틀림없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일단 들어오는 돈이 감소하는데다의원과의 빈번한 접촉등으로 돈씀씀이가 헤플경우 자금출처등에 의심을 받을가능성이 있어 조심할수밖에 없다. 자연 인위적인 만남의 횟수가 줄면 유대감이 약화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민주당중진들의 사정도 이와 비슷하다.이와관련 정가에서는 이제는 새로운 상황을 맞아 과연 누가 중진행세를 할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결국은 대통령의 입김이 제일 큰 변수가 아니겠느냐는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역출신의 중진은 현재 김윤환의원과 김용태의원을 손꼽을 수 있는데 허주는 돈을 떠나 당내 민정계의 상당수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으면서 버팀목이되고 있고, 김전총무는 돈으로 오늘까지 이른 케이스가 아니기때문에 별다른신상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한편 중진들이 큰손노릇을 하지못함으로써 의원들이 이들의 그늘에서 독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게 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돈도 대주지않고대통령의 신임도 보이지 않는다면 이들에 대한 의존도는 급속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변화는 곧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도 적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지금은 대통령이 워낙 절대적인 권위를 행사하고 있어 숨죽이고 있는 형국을맞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대통령에 대한 의타심이나 충성심이 상당히 약화될 것으로 진단되며 대통령임기후반기에는 권력누수현상마저 나오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전망도 있다.

이같은 판단의 근거는 간단하다. 이전의 역대대통령은 소속당의원들에게 선거때는 뭉칫돈을 그리고 평상시에는 떡값명목으로 수시로 적잖은 정치자금을주었던 것인데 이제는 돈을 하사할 형편이 못되기 때문이다.또 대통령의 특권은 역시 공천이라고 볼수 있다. 예전에는 공천이 막강한 조직력과 관의 지원, 막대한 선거비용등을 제공, 선거승리의 열쇠이기 때문에의원들이 결사적으로 매달릴수 밖에 없었으나 이제는 약효가 떨어지고 있다.지난 명주.양양과 대구동을 보선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다시말해 {공천이전부는 아니다}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대단히 상징적인 변화가 아닐수 없다.

요즘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한사람보다는 지역구민들과의 관계와 의정활동성과가 자신의 생명줄이라는 새로운 자각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의원들이 이제는 서서히 제목소리를 내는등 자주성을 가질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개혁이 대략 2년을 넘어서면서도 경제가 잘 돌아가고 국민들의 지지도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분란과 이탈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내다볼수 있다. 대통령의 성격상 끝까지 의원들을 꼼짝못하게 하는 식으로 통치할 것이란 추측도 있지만 그렇게 될지는 회의적이다.

모의원은 [대통령이 돈도 주지않고 공천이 당선의 담보가 되지않는다면 누가대통령말을 듣겠느냐]면서 [지금은 개혁정국을 맞아 서슬이 퍼런 상황이어서표면상의 불만표시는 할수없어도 어느시점이 지나면 의원들이 자기목소리를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은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묘한 심리가있기때문에 무작정 대통령을 따르는 모습을 비쳐주는 것이 표떨어진다는 얘기도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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