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북핵 일괄타결의 문제점

북핵문제가 막바지로 접어들자 {일괄타결}방안이 미국측에서 신중하게 논의되고 있다. 북핵문제는 그동안 공식.비공식회의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잡기위해 무진 애를 썼으나 고무줄당기기처럼 늘어지고 오므라들기를 계속할뿐 좀처럼 덜미가 잡히지 않았다. 북한의 지연전술에 한계를 느낀 미국은 종전까지취해오던 온건자세를 강경쪽으로 선회시켜 경제제재조치의 초읽기에 들어가자 이어 다급해진 북한은 {일괄타결}방안이란 새카드를 들고나와 협상을 계속할 뜻을 비쳤다.북한외교부 강석주제1부부장은 [북핵문제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것은 미국측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과 북한이 동시에 움직이는 일괄타결방식으로 핵문제를 해결하자]는 요지의 장문의 담화문을 공식으로 발표했다. 북측은 [미국이 핵위협과 적대시정책을 포기하는 실천적 행동을 취한다면 핵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북.미 3단계 고위급 회담에서 일괄타결방식에 따른 합의를 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담화문에는 미국과의 3단계회담의 전제조건인 남북대화문제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채 자기들의 일방적인주장만 늘어놓고 있다. 북한은 핵하나를 내주는 대신 팀스피리트훈련의 중지.경수원자로의 지원.미국과의 수교등 그들이 필요로 하는 당근은 소쿠리째 얻어 가려는 속셈을 보이고 있다.

여태까지 북측과 협상해온 미국은 북핵을 팀훈련과 경수로 지원과는 맞바꿀수는 있어도 국교수교를 보너스로 얹어줄 생각은 갖지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북한의 핵문제가 우여곡절끝에 해결된다고 해도 앞으로 풀어나가야 어려운숙제는 산더미처럼 산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로동1.2호}등 장거리 미사일문제.생화학무기문제와 북한의 인권문제들이 속시원하게 풀린다면 그 대가로 수교를 고려할수 있다는게 미국의 입장이다. 만약 북핵하나를 위해 비장의 마지막 카드까지 던져버린다면 집요하게 덤비는 북측의 연이은 패싸움에 이길 재간은 없는 것이다. 북한은 그들의 주장대로 {일괄타결}방식대로 핵문제를 해결한후에도 눈엣 가시인 주한미군철수문제와 미국이 펴둔 한반도의 핵우산철거문제등을 충분한 시비거리로 삼을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북측이 제의한 {일괄타결}방안을 미국이 긍정적자세로 검토하는움직임을 보이자 즉각적인 찬성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덕안기부장은 12일 국회 외무.통일.국방위의 비공개간담회에서 [일괄타결은 북한의 입장에서 가장유리한 카드이고 시기적으로 적절하며 남한에도 합리적인 점이 있다]고 말했다.

핵문제 해결이 우리에겐 절대절명의 명제이긴 하나 미.북회담의 조건인 남북대화와 IAEA의 사찰수용이 전제되지 않는 {일괄타결}은 있을수 없다. 정부의성급한 찬성판단을 크게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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