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주변에 사람이 들끓는 현상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다.특히 권부에 큰 변화가 생기거나 한쪽에서 다른쪽으로 이동되는 경우 그와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엔 이같은 현상이 극에 달해 지역 학벌 계층간에 심한 갈등을 초래했다.김영삼대통령은 이같은 병폐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선거기간중은 물론 집권하고 난 뒤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새정부 출범 9개월째를 맞은 시점에서 볼때 김대통령의 인사정책은과거 군사정권과 다른점을 별로 찾아볼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지역 학벌등이중시되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여론이다.
며칠전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 야당의원은 새정부가 들어선 후의 나눠먹기식인사를 구체적으로 명단까지 공개하면서 강도높게 비판해 인사가 만사라는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는 심증을 갖게했다.
청와대를 포함한 국가요직 곳곳에 과거 군사정권때 TK가 독식하다시피한 대신에 부산.경남 인사들이 대거 포진, PK라는 신조어마저 유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문민정부에서 출세하려면 3D학교(동래고, 동아대, 동국대)출신이어야한다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신정부의 당정요직을 차지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결코 근거없는이야기는 아니라는 느낌이다.
또 전임 군사정권하에서 군출신 퇴역장성들에 의해 독점되다시피했던 곳곳의요직들이 지금은 특정계파의 직업정치인과 그 추종 인사들로 대치됐을뿐 전리품 분배식의 인사는 과거와 다를바 없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같은 낙하산식 인사가 각기관 단체의 내부정서를 완전 무시한채 이루어지고 있다는데도 있지만, 그나마 전문분야마저 감안하지 않은채 마구잡이로 행해져 조직내부를 분열시키고 능률을 떨어뜨리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낡고 병든것을 뜯어 고치겠다고 개혁을 외쳐가며 몰고가고 있는 새정부가 정작 중요한 인사부분에서 군사정부를 답습한다면 참된 국민대화합을 이룩할수없을 것이다.
특히 연말까지 80여개 정부산하 단체장및 이사들의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가단행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로 인한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생각된다.개혁과 사정이라는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이들 기관, 단체들의 경영쇄신이라는 측면에서 호응을 받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와 같이 권력주변 인사들이 편리하게 나눠가지는 자리쯤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문민시대는 관의 영역과 민간분야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하는 시대인 만큼 형식적으로는 민간자율이라고 해놓고 실은 관의 입김으로 인사와 운영을 좌지우지하던 오랜 관행을 이제는 과감히 척결해야 한다.
어떤 자리도 '일'이 중심이 돼야지 '편'중심의 인사가 돼서는 안된다. 만약이번 물갈이에서도 '편'중심의 인사가 이루어진다면 국민의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문민정부의 대 화합차원에서 업무의 수행능력을 고려치 않는 정실, 혹은 낙하산식 인사는 이제는 끝나야 한다.
자리를 전리품 정도로 인식하는 그릇된 공직관을 바로잡기 위해서도 앞으로단행될 모든 인사는 공정해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것이다.그래야 '인사가 만사'라는 김대통령의 약속이 설득력이 있지 '인사가 만사'로 통하면 문민정부의 참된 개혁은 이룩할수 없을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