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송년모임

신앙을 갖지않은 사람들도 신이라 지칭되는 조물주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나의 경우 그 조물주가 만든 피조물의 하나인 인간 각각에게 나름대로의 사명이 주어져 있을 거라는데 생각이 미치면 말할수없이 참담한 기분에 빠지곤 한다.또 한해가 저물어간다. 365일이란 결코 짧지않은 시간을 나는 무엇을 위해살았는가. 가슴 펴고 내보일만한 변변한 무엇이 하나라도 있는가. 도대체 년초에 별나게 세운 계획도 없었거니와 설사 있었다할지라도 흐지부지되고 말았을거라는 생각에, 미처 채워지지 않은 그릇을 보듯 허전한 요즈음이다.그런데 마음과는 달리 사정없이 몸이 내몰리는 곳이 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열리는 이른바 송년모임이다. 중국사람들은 셋만 모이면 장사를 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계(결)를 만든다든가. 각양각색의 모임이 셀수없이 늘어나다보니 올해는 11월초부터 호텔연회장의 예약이 줄을 섰다고 한다.모임의 성격이 분명 다른데도 불구하고 송년파티의 진행과 분위기는 대동소이하다.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몇년을 만나도 아는거라고는 노래솜씨와주량뿐인 친구들이 수두룩하다. 더군다나 어느 모임이건 적립된 회비가 있기마련인데 송년모임이 회비의 적절한 소모를 위해서 치러지는 경우도 없지않아 그 엄청난 돈의 낭비를 생각하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회원들간의 친목은 요란한 반주에 맞춰 차례대로 부르는 노래자랑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싸지 않은 몇가지 맛깔스런 음식을 함께나누며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삶의 고락을 주고받는 가운데 진정한 친목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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