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놀후유증 반신불수 강점숙씨

[대구시와 두산측이 서로 보상을 미루며 세월의 더께속에 묻어두려는 것 같습니다. 페놀사태때문에 가정은 풍비박산이 되고 가족들한테서 조차 버림받을처지에 놓였습니다]전국민을 식수공포증으로 몰아넣었던 페놀사태가 발생한지 3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페놀후유증에 몸살을 앓고 있는 강점숙씨(33.대구시 수성구 만촌2동1027의31).

강씨는 91년4월9일 페놀로 인한 기형아출산을 우려, 당시 임신1개월된 태아를 인공유산시켰으나 유산후 1개월쯤 지나면서부터 하반신에 마비증상이 일어나 병원을 전전했지만 결국 불수로 몸져 누울수 밖에 없었다.강씨는 당시 통신공사의 하청일을 맡아하던 남편 박재국씨(35), 한살바기 갓난애기등과 함께 만촌동 전세방에서 단란한 살림을 꾸려가면서 곧 태어날 둘째에 대해 각별한 정성을 쏟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해 3월16일 오후 심한 악취가 풍기는 수돗물을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식수로 사용할수 밖에 없었으며 젖먹이는 모유를 먹고 계속 설사를 해댔다는 것이다.

이틀뒤부터 모든 언론이 일제히 두산의 페놀유출을 집중성토하기 시작하면서페놀의 독성과 이로인한 후유증이 우려되자 강씨는 남편과 상의끝에 인근 산부인과에 가서 낙태수술을 받고 말았다.

강씨는 갓난애기때문에 제대로 몸조리도 못한채 부엌일등을 할 수밖에 없었으며 한달여쯤 지나면서부터 허리를 잘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아파 수술후유증이 아닌가하고 병원에 다니다 전문가들에게 문의하는등 여러가지로알아본 끝에 페놀후유증으로 결론짓고 남편에게 업혀 페놀임산부모임등에 참여하면서 대기업과의 외롭고 힘겨운 싸움에 들어갔다.

강씨등이 환경처 중앙환경분쟁조정위, 재정위에 재정신청을 냈지만 임산부들의 정신적피해등은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운데다 중앙조정위에서 이를 제대로받아주지 않자 92년11월 대구지법에 강씨(소송비용은 임산부모임서 대납)를포함한 16명의 페놀임산부들이 민사소송을 제기, 현재 7차공판이 진행중이다.강씨는 당시 두산측에서 산후몸조리 비용으로 30만원씩 주겠다며 찾아가라는것도 거부하고 말았다고 했다.

이같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병원비로 전세금을 날리는 등 가산을 탕진, 현재는 집주인 이달원씨의 호의로 집세는 주지 않고 집을 봐주는 조건으로 이집지하 단칸방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3년여동안 강씨의 대.소변을 받아주며 간호하던 친정어머니 이분희씨(72)도2개월전부터 병을 얻어 자리에 눕게 됐으며 어린 외아들은 시골 친척집등을전전하며 키우고 있고 남편이 노동으로 벌어 근근이 생활하는등 단란했던 가정에 잔뜩 그늘만 드리워져 있다.

[청와대등에 수차례 진정했지만 아무도 뒤돌아봐주지 않습니다. 이젠 더 이상 호소할 길도 없고 재판정에 직접나가 개인적 피해와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을 뿐 입니다]는 강씨는 [내인생은 누가 보상해 주느냐]고 울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