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손병해(경북대교수.국제경제학)

**지.혈연에 기초**냉전체제가 종식된 이후 동아시아지역에서는 여러가지 형태의 지역협력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중국, 홍콩, 대만을 결합하는 중화경제권이 부각되고 있어 아시아 주변국의 주목을 끌고 있다.

중화경제권은 80년대 후반 이후 중국, 홍콩, 대만이 혈연과 지연의 기초위에상호간 자본및 무역의 상호의존관계를 확대시켜 오는 과정에서 생겨나고 있다.이들 3개국간의 역내무역 비중은 중국의 개방정책이 시작되던 1978년에는 불과 10%에 불과했으나 1991년에는 30%로 증대되고 있다. 투자면에서도 1992년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총액 5백80억달러 가운데 홍콩, 대만및 싱가포르등중국계 신흥공업국으로부터의 투자가 전체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80년대 후반 이후 아시아 신흥공업국에는 임금상승과 노동력부족등으로 외국인 투자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경우 주변국의 화교 투자가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홍콩의 경우에는 중국으로부터의 투자가 계속 증가되고 있다. 그결과 중국, 홍콩, 대만간의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는 최근 급속히심화되고 있으며, 이들 3개국으로 형성된 중화경제권은 단순한 추측이나 전망이 아니라 구체적 사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에는 동남아지역(ASEAN제국) 화교자본의 중국투자및 중국의 ASEAN 투자진출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 ASEAN지역도 점차 중화경제권으로편입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진출 기회 줄어**

이러한 중화경제권의 형성은 중국의 노동력과 시장, 홍콩의 금융및 무역기능,대만의 기술 그리고 ASENA의 화교자본과 상업기반을 보완적으로 결합하는것이므로 경제권내의 내부 결속력과 경제적 독립성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경제권의 형성으로 동아시아내의 국제협력관계는 일본-중진국-ASEAN간의 수직적 협력구조에서 중화경제권 중심의 수평적 보완구조로 개편되어갈전망이다. 이에 따라 동아시아에 대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약화될 것으로예상된다.

홍콩이 중국에 귀속되고 대만, 싱가포르가 중화경제권으로 편입됨으로 말미암아 한국은 중화경제권 중심의 지역협력구조에서 제외된 유일한 중진국으로남게 되었다. 그로 인해 한국은 일본과 주변 개도국을 연결하는 분업구조상의 중계적 역할에도 제한을 받게 된 것이다. 특히 해외시장에서 한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대만, 홍콩, 싱가포르가 모두 중화권으로 귀속되고 화교자본이지배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등도 각기 중화경제권과의 교류관계를 확대함으로 인해 동아시아 성장지역에 대한 한국의 진출 기회는 더욱축소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지역협력에 관심을**

필자는 몇년전 홍콩의 경제전문지 {파 이스턴 에코노믹 리뷰}에서 "한국이아시아에 대한 투자협력을 소홀히 할 경우 불원간 아시아에서 고립을 면하기어려울 것"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거니와 중화경제권의 부상으로 우리는지금 그러한 경고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범세계적 국제화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이웃한 국가들과의 내향적 지역협력에 관심을 모아야 할 것이다.풍부한 자원, 값싼 노동력 그리고 거대한 잠재시장이 있는 주변국가들과의교류협력을 소홀히 한 채 태평양을 연결하는 아태협력만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의 대외정책에는 시대착오적 오류가 내재되어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냉전시대의 이념적 결속구조하에서는 원격지간의 국제협력이 우선될 수 있으나 탈냉전시대의 국제협력은 경제적 실리추구를 위한 지역주의 노선에 따라이루어 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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