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문열론 다시 써야 한다"

{비관적 낭만주의} {전망의 결여} {허무주의적 반이념} {관념적 보수주의}.다름아닌 이문열씨의 소설에 나타나는 현실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말들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그의 작품에 대한 비판적 검토들은소설전체를 검토하고 있지않거나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경우에도 작품을 유기적인 관련아래서 다루고 있지않아 비판적 이문렬논을 다시 써야한다는 주장이나왔다.지난20일 경북대에서 열린 {문학과 언어연구회} 제124차 연구발표회에서 대구교대 박종홍교수는 {이문열소설의 권력, 애정, 예술}을 주제로한 연구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하고 이문렬소설의 본질적인 측면을 드러내는 권력과 애정, 예술이라는 세가지 문제들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으며 상호연관성및 그의미를 그의 출신기반, 성장환경과 관련지어 살펴보았다.

박교수는 먼저 그동안 평단에서 비판해온 작가의 권력에 대한 본질적 혐오나기피자세가 사실과는 다르다며 평가를 달리했다. 단편 {들소} {우리들의 일그러진영웅} {칼레파 타 칼라}등과 장편 {영웅시대} {황제를 위하여}등 권력의 문제를 집중거론하고 있는 작품에 나타난 작가의 권력에 관한 시각은 [작가의 의식을 잘 드러내는 작중화자 {그}의 권력에 대한 태도에 더 잘 드러난다]며 권력을 본질적으로 혐오하거나 기피하고 있지 않다는 것. 그럼에도 이제까지 이같이 인식돼온 것은 이들 소설에서 작가가 권력의 부패상이나 부당성을 고발할 때는 직설적으로 발언하는 반면 권력에의 열망은 은근히 감추고있거나 우의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라는게 박교수의 분석이다.또 이들 작품에서 작가가 모든 정치적 체제를 비판하고 있는 듯 하지만 실은천명을 받은 황제와 그를 받드는 귀족들이 권력을 갖는 전제주의 체제를 옹호하고 있으며, 전제주의와 사대부집단에 대한 이씨의 애착은 중앙권력에의복귀를 도모한 몰락한 선비가문인 그의 출신기반과 성장환경에 깊이 관련돼있어 권력의 부당과 부패성을 혐오하고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권력에의 순응과 동경의 이중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애정문제를 다루고 있는 {레테의 련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에서 작가는 비규범적인 만남에서의 절제된 정신적 사랑이나 운명적 만남에서비롯된 향락적 사랑이라는 주제를 의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왜곡된 애정추구라는 점에서 비판받아야한다고 평가했다.

그의 소설에서 작가를 대변하는 주인물들은 권력의 획득에 필요한 교활함이나 힘을 갖고 있지 못한 반면 그들이 사랑할만한 가치가 있는 여자들은 권력의 부산물을 선호하고 있기에 그들의 사랑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게 작가의시각. 작가의 이같은 왜곡된 애정관은 [지나친 피해의식과 그것에 비례해 강화된 고집스런 선민의식에 기인한 듯하다]고 주장한 박교수는 애정추구에 있어 자신이 사랑할만한 여자가 당연히 자신을 사랑해야하는데도 실제는 그렇지못한것은 고상한 가문의 후손이며 비범한 존재인 자신에게 잘못이 있는게 아니라 천박한 이익을 선호하는 상대에게 있다고 보기때문이라고 해석했다.또 권력과 애정이 부재하는 이문렬소설 주인물들의 허망하고 절망적인 삶에서 유일한 탈출구는 예술창작의 길이라고 주장한 박교수는 {그해겨울} {김시조} {시인} {들소}등의 작품에서 보듯 [예술활동은 일상적 삶의 비속함과 천박함을 극복하고 아름다움을 극한에서 실현할수 있는 최상의 행위로 미화되고있다]고 분석하는 한편 이문렬씨의 이같은 초월적 예술관을 예술의 독자성과자율성을 실현하기 위한 진지하고 고통스런 자기모색의 소산으로 볼수 없는것은 [권력집단에의 편입이 좌절된 것에 대한 보상으로 선택한 것이기때문]이라고 보았다.

결국 예술이 현실에서의 패배를 자기위안적으로 보상하는 대체물이나 다른현실을 넘어서는 최상의 것이 될수 없음에도 예술가가 초월적 능력을 부여받는다고 보는 이문렬씨의 시각은 허황된 착각일 뿐이라고 박교수는 비판하고이씨가 이러한 혼란과 파탄에서 벗어나 앞으로 계속 자기의 재능을 발휘하고계발시키기 위해서는 [시대역행적인 완강한 시각에서 탈피해 인간과 세계를보다 진지하게 관찰해야하며 부분적인 현실을 최선의 것으로 맹신하는 대신총체적인 현실에 보다 과감하게 눈을 돌려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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