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권 지각변동

정치관계법협상이 타결돼 내년 6월27일 최초의 단체장선거가 치러지게 됐다.통합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과 같이 협상결과에 획기적인 내용이 들어있는것은 아니나, 헌법에 명시된 지방자치제가 처음으로 돛을 올린다는데 의의가있으며 정치판에도 엄청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유권자들은 이제 내손으로 뽑은 시장, 군수, 도지사를 갖게되며 이들은 또일상생활과 직접 관련되는 생활민원의 열쇠꾸러미를 한손에 쥐고 있다. 주민들은 선거를 통해 도시교통이나 상수도난의 책임을 물어 시장, 군수를 갈아치울수도 있게됐고 주민투표제의 도입으로 주요정책에 대한 가부투표로 행정의독주를 막을 수도 있게 됐다. 선거의 {한표}가 지니는 의미를 피부로 느끼게된 것이다.

단체장 선거의 체험은 의식의 민주화에도 큰 기여를 하게될 것이며 통합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이 닦아놓은 {돈안쓰는 선거}의 기반과 함게 정치의 토양을바꾸어 놓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헌정사를 얼룩지게했던 갖가지 선거부정과 고무신이나 돈봉투 돌리기의 추태가 점차 사라지고 능력과 성실성으로 후보를 평가하는 풍토가 자리잡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언젠가는 외국처럼 능력과 전문성이 강조되고 지역발전을위해 타지에서 유능한 시장, 군수를 초빙해 오는 단체장 유치경쟁이 자리를잡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능력없는 직업정치인들은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다.

민선단체장의 위상도 정치판에 큰 변수로 꼽힌다. 이들은 사퇴하거나 형사처벌을 받지않는 한 4년의 임기가 보장되며, 선거로 단체장을 내쫓을 수 있는것은 지역민들 뿐이다.

하나의 자치단체에 국회의원 지역구가 둘이상인 경우는 시장.군수의 위상과정치적 영향력이 국회의원보다 더 커진다. 따라서 국회의원과 단체장이 파워게임을 하는 현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 시.도등 광역단체장은 20-30명의 같은당 국회의원을 {거느리는} 형국도 가능하다.

단체장은 전국의 정치판에서 국회의원을 제치고 중간실력자로 자리매김을 할것이다.

이같은 전망에 따라 현역 국회의원중에서 단체장 출마를 노리는 인사도 적지않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서울 시장을 노리는 ㅂ.ㅎ.ㄱ등 중진의원과 대구.경북출신 ㅇ의원의 대구시장 출마준비설등이 그것이다.

지자제의 본격실시는 정치인을 길러내는 인물양성과 입신출세의 길도 크게바꾸어 놓을 것이다. 소규모 시.군에서 뛰어난 행정력을 발휘한 단체장이 지역민의 인기를 업고 중앙정계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단체장이 인기를 지나치게 의식해 국가적 차원에서 정책을 조정하는데 어려움을 주는 지역이기주의와 지역감정의 심화현상이 나타날수도 있다.정부는 나름대로의 부작용 해소방안을 마련해 여야협상에 관철시켰다. 니행명령제와 광역자치단체에 국가직 부단체장제를 신설한 것이 그것이다. 또 민선단체장이 추진하는 사업이 법령등에 위배될 경우 취소나 정지도 명할수 있다.

이같은 중앙정치권의 견제는 지방자치권을 제한하려는 중앙이기주의가 작용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자제는 유럽의 자생적 자치제에서 비롯된 것이며, 우리보다 앞선 일본의그것도 유럽에서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제도마련과 유관법령 정비등 자치제의 실시를 준비해온 정부는 중앙통제기능이 강화된 일본식 지방자치를 모델로 삼았다.

견제의 흔적은 중앙정부의 권한을 단체장에게 이양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환경, 국토관리, 노동, 해운항만등 특수행정이 중앙정부의 지방청을 통해직접 이루어지고 유럽에서 자치단체 고유업무로 취급되는 소방, 경찰 등의 행정이 중앙정부의 업무로 남아있다.

또 자치업무의 종류를 법으로 한정, 시대변천에 따라 새로운 업무를 발굴하는 행정의 창의력 발휘를 제한해 자치권의 비대화를 막았다.그러나 내년도 첫 선거결과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오히려 자치단체들이 전국협의회 등을 통해 중앙정부에 더 큰 권한이양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렇게 되면 중앙과 지방의 권한배분 문제가 정치판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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