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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선인장이야기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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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이런 식은 아니었다. 내가 예전에 싫어했던 일은남에게도 하고 싶지 않다. 그것이 나의 행동양식을 결정하는 기본 철학이었다. 그런 생각 끝에, 내가 귀가하는 시간이 아홉시만 넘어도 걱정이 태산같은 어머니 얼굴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서른이 넘도록 내겐 귀가 시간까지 일정하기를 바라시면서 어쩌자고 혜수만은 저렇게까지 바깥으로만 돌게끔 내버려 두셨는지...내 말에도 아랑곳 않고 혜수는 그냥 술만 마시고 있었다. 혜수도 자기 자신을 책임질 수 있을만한 나이다. 그러니 좀 내버려 두자. 나는 그녀가 지금껏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지 않았느냐고 내 자신을 타일렀다. 난 잘 마실줄도 모르는 술을 마시고 싶지도 않았고 늦은 시간에 술집에 앉아 있는것도 그리 편안하지가 않았다.

혜수는 윗몸만 뒤로 한껏 재껴 의자에 깊숙이 앉은 채 새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연극은 정말이지, 아주 좋았어.모처럼 짜임새 있는 연극을 봤다 싶어. 너언제 그렇게 연습한거니?]

되도록 여유있게 굴려고 애쓰면서 혜수에게 넌즈시 물었다. 혜수는 술잔을빙글빙글 돌리다가 천장에 매달린 등 쪽으로 들어 올려서는 불빛이 유리잔을비추는 걸 오래 들여다보며 씨익 웃었다. 유리잔 속의 얼음과 적갈색 액체에 빛이 비추어 아주 미묘한 색무늬를 이루었다.

[응, 애는 썼어. 하지만 역시 우리 정서에 맞는 극이 따로 있지 않나 싶어.연극이든, 영화든, 소설이든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꽉꽉 차 있지 않은 게 없잖아? 유진 오닐도 예외는 아냐.물론 우리 삶이 그렇다고는 해도 극적인 순간에는 대부분 사람이 왜 꼭 죽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극적인 요소가 왜꼭 연극속에 포함되어야 하지? 그런 극적인 장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크게극적으로 느끼지도 않는 것 같은데 말야. 이미 아버지의 젊은 아내를 탐하거나 자신의 아이를 죽이는 정도는 현실에서든 아니면 연극이나 영화,소설들을 통해서 많이 보아들 왔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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