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평화없는 {평화협정}

북한은 핵에 쏠린 국제적 관심을 따돌리기 위해 평화협정이란 새로운 카드를빼들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군사정전위로부터 철수하며 아울러 중립국 감독위원회 북측 감시국인 폴란드도철수시키겠다고 발표했다.그러나 북한은 정전협정 자체는 평화협정이 체결될때까지 존속시켜 도발행위는 하지 않겠으며 판문점내에 설치되어 있는 핫라인은 유지할 뜻을 비쳐 대화통로만은 열어둔 상태이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핵사찰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평화협정}이란 숨겨둔 카드를 뽑아 든 까닭은 몇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의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의 적화통일이기 때문에 이에 선행되는 조건이 주한미군의 철수이다. 휴전이후 계속 주둔해 온 미군은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한반도에 머물수 있는 이유와 조건을 상실하기 때문에 북한측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둘째 핵문제로 코너에 몰린 북한은 느닷없는 {평화협정}카드를 들고 나옴으로써 본질을 흐트려 놓을 수 있고 나아가서 한미간의 공조체제를 이간시킬 수 있기때문이다. 셋째 {평화협정}이란 목표가 달성되지 않더라도 앞으로 있을 3단계 미.북한간 고위급 회담에서 이 카드 한장으로 더많은 {당근}을 미국측으로부터 얻어 낼 수 있을 것이란 계산도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대미 평화협정 제의에 발맞춰 한반도에서의긴장고조를 획책하기 위해 지난달 20일에는 개인화기로 무장한 북한군 40명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으로 들여 보내 은근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 30일에는 북한의 폭격기들을 휴전선에 인접한 긴급전술조치선 부근까지 접근시켜 남한의 공군기들을 발진케하는등 마치 {서울 불바다} 발언을 실현시키려는듯 공포감을 조성시키기도 했다.

우리정부는 최근 북한이 저지르고 있는 군사동향에 대해 미국측과 긴밀히 대응책을 논의했으며 미국측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가 크게 경계해야할 일은 북한이 {평화협정}과 {핵문제}를 맞바꾸겠다며 집요하게 파고들때를 감안하여 미리부터 대응책을 마련해두지 않으면 안된다. 이미 북한은 끈질긴 외교력에 군사적 시위를 보태 새로운 형태로 남한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휴전이후 오랜 세월동안 유지되어 온 평화의 매너리즘에 빠져 북한측의 군사적 행동을 보고도 불감증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군사정전체제가 위협받고 있는 지금의 안보상황은 결코 평화의유지라고 말할 수 없다.

북한이 정치적 목표로 이미 설정한 {평화협정}은 앞으로 우리에게 많은 시련을 안겨 줄 수 있을 것이다. 시련을 이길수 있는 길은 충실한 준비밖에 다른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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