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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사정비웃은 {엑스포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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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전엑스포조직위원회에 파견돼 근무하던 10개부처 공무원 39명이 업자들로부터 뇌물을 챙긴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은 조직위에 파견된 전체공무원의 20%로 국가적인 중요사업이 비리의 온상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주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이 뇌물을 받은 시기가 문민정부의 개혁과사정작업이 한창 기세를 올리던 때였는데도 겁없이 검은 돈을 챙겼다는 사실이다.이번 사건에서 공무원들이 업무와 관련해 업자와 마주치면 뇌물을 먹는 것이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 공직사회의 뿌리깊은 비리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어둡다. 또한 이런 뿌리깊은 비리가 매서운 사정바람도 아랑곳하지 않을 만큼뻔뻔스러워진 상황이라면 공직사회가 너무 깊이 썩어있는 것이 아닌가하는두려움을 감출 수 없다. 지금까지 벌여온 공직사회에 대한 개혁도 아무런 실효가 없는 헛일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검찰관계자들은 엑스포조직위가 한시적인 기구라서 파견된 공무원들이 소속감이 결여돼 대대적인 비리가 있었던 것 같았다고 말하고있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사정바람까지 비웃으며 {먹자 판}을 벌여온 비리는 공직자들의 근본적인 의식이 공복으로서의 사명은 전혀 없고 눈앞에 사리만을 쫓는 위험한 상황에까지 왔기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본다.이런 심각한 상황을 보여준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검찰은 또 석연치 않은모습을 보여주어 비리의 내용가운데 아직도 숨겨져 있는 부분이 많은것 같은의심을 갖게한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수사는 중.하위직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했다고 밝히고 있어 고위직은 수사대상에 넣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뇌물을 준 업자도 중소기업체뿐이고 대기업들은 빠져있어 결국 공무원이고 업자고 거물은 모두 빠졌다는 얘기다.

항상 성역없는 사정과 수사를 강조해온 검찰이 또다시 일정한 선을 그어놓고수사를 벌인셈이다. 국가적인 대사였던 엑스포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면서 수사했다는 검찰의 고백은 바로 한정수사를 말하는 것이다. 개혁시대도 무시하고 겁없이 뇌물을 먹은 사건을 이런식으로 수사할 경우 공직사회의 뿌리깊은 비리를 뿌리뽑을수 있을것인지 의심스럽다.

엑스포비리는 공직사회의 심각한 썩은면을 보여준 것이다. 이것은 이제까지벌여온 문민정부의 개핵정책마저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라할수있다. 검찰의 수사결과발표처럼 사건을 마무리지을수는 없다. 검찰이 수사를 하지않은 부분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정부의 지속적인 개혁작업과 검찰의 성역없는 사정활동이 국민적 신임을 잃지 않으려면 이 사건의 확대수사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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