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보불감 위험수위 북 오판 계기될수도

북한의 핵사찰 거부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본격준비로 한반도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지난 6일 오전 6시10분 북한관영 중앙방송은 섬뜩한 내용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조선반도에는 일촉즉발의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 우리에 대한 제재는 곧 전쟁이며 전쟁에는 자비가 있을 수 없다

북한핵문제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비상대기조로 북한방송을 청취하던 통일원시사정보과 직원들은 마치 선전포고를 받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김영삼이 설마에 기대를 걸고 감히 모험의 길로 나선다면 그것은 곧 그의 종말이 될 것이다. 미국상전도, 그들이 끌어들인 패트리어트미사일도 자기를보호해줄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고 분별있게 처신해야 할 것이다 북쪽의아나운서가 특유의 억센 평양사투리로 거침없이 내뱉는 험악한 용어는 결단을 앞둔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같은 시각 서울의 중심부는 텅 비어있었다. 현충일이 겹친 황금연휴를 맞아서울시민 상당수가 휴양지와 유원지로 떠나 집을 비우고 있었고 남아있던시민들도 대부분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유엔안보리가 북한에 대한 제재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면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남과 북의 일상생활은 판이하게 달랐다.북한은 지금 전쟁직전상태나 다름이 없다. 평양방송과 중앙방송, 노동신문등북한의 보도매체는 하루도 빠짐없이 지금 한반도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국면임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주민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총동원체제에 편입돼 있으며 하루에몇시간씩 등화관제훈련과 방공대피훈련을 받고 있다. 또 식량도 전쟁발발에대비, 평소보다 줄여 지급 받고 있다.

주민들은 식량난과 격심한 훈련에 시달리다 못해 차라리 전쟁이 나는게 오히려 낫겠다는 자포자기적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고 최근 북한을 방문한 한재미교포는 전하고 있다.

그는 특히 북한군 고위장성이 전쟁이 나면 우리가 진다. 그러나 우리쪽 인민들이 더 많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결국 전쟁에는 지지만 통일은 북쪽 인민들의 주도로 이루어질 것이다고 얘기하는 것도 들었다 한다.

북은 전국 곳곳에 지하대피소가 마련돼 있어 살아남는 인민들이 많지만 그렇지못한 남측 주민들은 대부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실제로 북한의 전쟁수행능력은 상당수준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 한미양국의판단이다.

전쟁이 나면 서울지역에는 1분에 수천발의 폭탄이 집중적으로 투하될 것이며북한의 MIG-29 전투기도 이륙 5분만에 서울상공에 도달할 수 있다는게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무기의 가공할 파괴력에 비추어볼때 불과 수분만에 엄청난 희생자가나올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김영남외교부장이 최근 위협했듯 전쟁이나면 {참혹한 후과(결과)}가 불가피한게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안보의식은 이같은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국인의 한국방문이 지난 4월부터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반면 한국인의 외국방문은 오히려 크게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여기에 한총련등 일부 학생단체는 6.25 한국전쟁이 민족해방전선이라고 주장하면서 김일성유일사상을 찬양해 많은 국민들의 가슴을 섬뜩하게 했다.우리국민의 {안보불감증}을 개탄하는 소리가 각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10일 열린 민자당 당무회의에서도 우리의 안보의식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는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김수한전의원은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 국민들은 철저한무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현충일 연휴때 고속도로에서 대혼잡이 일어난 것을보니 과연 전쟁이 나면 어떤 상황이 될까 전율스러울 정도라고 걱정했다.김영삼대통령은 이날 열린 전쟁기념관 개관식에서 아직도 우리사회 일각에시대착오적인 이념에 빠져 있는 젊은이가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우리의 안보의식이 왜 이처럼 개탄의 대상으로까지 전락했는가. 일부는 북핵대응정책에 일관성이 없어 혼선을 야기했던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북핵및 안보관련 정보를 독점한채 국민들에게 이를 공개하지 않기때문이라는 견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과거 군사정권이 안보를 정권유지에활용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전의원도 안보문제가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이용된 사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문민정부가 과거 군사정권으로부터 {안보불감증}이라는 잘못된 유산을 넘겨받았다는 얘기다.

김대통령이 전쟁기념관 개관식에서 전쟁을 결코 잊지 않은 민족은 평화를 누렸다면서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결의는 추호도 소홀히 할수 없다고 강조한 것은 위기를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이제는 안보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대처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여진다. 북측에게 오판의 계기를 만들어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유비무환의 자세로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대국민호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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