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과 3단계회담을 재개키로 한것은 향후 김정일체제하의 대외정책방향을 엿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북한측이 내달5일 협상테이블에서 보여줄 태도여하에 따라 보다 확실한 기조가 드러나겠지만 일단 북.미회담을 재개키로 한것은 김일성체제하의 기존협상전략을 그대로 유지해나가겠다는 뜻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김일성의 급작스런 사망에도 불구하고 한달도 채 못돼 협상재개에 나선 것은종래의 노선이 크게 변화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이며, 미국과 {우호적}분위기를 토대로 당초 의도했던 목표들을 하나하나 관철시켜나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되는 것이다.
북한의 대외정책기조가 김정일체제에서도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하는 사례는 또 있다.
지난 20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김일성추도대회에서 상주인 김정일은 추도사를 외교총책인 김영남부총리겸 외교부장에게 맡겼다.
김부총리는 이 연설에서 대외정책과 관련, 위대한 수령님의 뜻을 받들어 자주.평화.친선의 이념에 기초, 세계 여러나라들과 친선단결을 더욱 강화해나갈것이라고 다짐했다.
물론 추상적이긴 하지만 김부총리 연설은 김일성생전의 대외정책 원칙을 공개적으로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향후 김정일체제의 항로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증표로 해석된다.
강석주외교부부장등 현재 외교팀이 {김정일맨}들로 채워져 있고 김부총리본인도 {김정일의 위임에 의해} 추도사를 함으로써 앞길을 보장받은 것은 기존의 외교정책노선에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이처럼 김정일체제가 기존 노선을 답습하는 것은 김정일로서도 김일성 후광에 의존, 절대권력자의 공백에 따른 내부동요를 조속히 안정시키고 자신의입지를 공고화하기 위해서도 대내외적인 급격한 변화는 당분간 자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북한의 대외정책은 김일성시대말기에 지미 카터 전미국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마련한 {대화의 틀}을 계속 유지해나가면서 나름대로 부분적인 개방정책을 모색하는 차원이 될 것같다는 게 북한전문가들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같은 전망에는 물론 김일성생전에도 김정일이 직접 미국과의 3단계회담을지휘했다는 설도 한몫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적어도 3가지의 큰 변수가 맞물려 그 외양의 색채를 밝게할수도, 어둡게 할 수도 있다는 게 이들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이중 가장 먼저 제기되는 변수는 파탄지경에 이른 경제사정.일단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장기적으로는 보다 개방적인 대외정책을추진할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김정일이 김일성생전에도 합영법제정과 외국인투자법등 일련의 개방정책을 뒤에서 주도했다는 점과 함께 강성산 김달현 홍석형 장성택등 김정일의측근대부분이 개방파에 속한다는 사실도 김정일의 개방정책이 김일성시대보다는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사정은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여기에는 가뜩이나 불안한 정치적 상황에서 개방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체제위기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도출되는 것이다. 개방에 따른 공산국가들의 몰락과 지도층의 처참한 최후를똑똑히지켜본 그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난 해결을 위한 {개방}과 이에 따른 {체제위기극복}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과제사이에서 북한의 대외정책기조는 앞으로 극단적 변화의 소지를 안고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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