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의료분쟁 조정법안 미흡하다

보사부가 96년부터 의료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의료분쟁조정법안}을 어제 입법예고했다. 의료분쟁은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해결하기 어려운 고질적 사회문제로 불거져 그동안 정부나 여러 사회단체들이 많은 관심을 쏟으면서 해결책을 연구해온 실정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뚜렷한 묘책이 없었는데 보사부가 그동안 연구한 해결책을 내놓았다.보사부가 어제 입법예고한 의료분쟁조정법안의 제정배경이 의료과실로 인한국민피해의 신속.공정한 구제와 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조성에 있다고밝혔듯이 법안에는 법보다는 물리적인 힘으로 의료분쟁을 해결하려는 사회분위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져있는 것같으나 이해당사자가 보기엔 독소조항으로 비치는 부분이 적지않아 국회심의등 입법과정에서 적지않은 논란이예상됨은 물론 제대로 성안될지 의문스럽다.말썽의 소지가 될 부분가운데 대표적인 조항은, 의료배상보험에 가입한 의료인에 대해선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엔 형사책임을 면제한다는 것과 의료시설을 점거하거나 파괴한 의료사고피해자를 처벌하는 특별규정이다. 이들 규정은 바로 이번 조정법안의 핵심이라고 보여지는데 이는 의료피해자쪽을 지나치게 얽매고 피해를 입힌 의료인에 대해선 지나친 법적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수 없을 것같다.

이번 조정법안과 비슷한 의료분쟁해결책이 과거에도 입법으로 시도된 적이없지않았으나 이해당사자들의 심한 반발로 성사되지못한 례도 있다. 불과2년전인 지난 92년 의료사고분쟁조정법을 보사부가 제정하려다가 실패한 것이다.이 법은 의사가 중과실로 사상자를 냈을 경우엔 환자가족의 동의없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규정때문에 의료인들의 심한 반발로 입법이 좌절됐던 것이다.

이같은 전례가 이번에도 재발될 소지가 충분하다. 이번에는 의료인쪽의 반발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심한 반발이 불을 보듯이 예상되고 있기때문이다. 의료분쟁은,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제도가 꼭 필요한 것을 누구나 인정하고있는 것이나 이해당사자가 너무 첨예한 대립관계로 진행되는 분쟁이니만큼 묘안을 찾기가 어려운 것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해결방안은 꼭 마련돼야하기 때문에 보사부는 법안을 좀 더 매끄럽게 손질해 성안될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물리적인 힘을 가하면 보상을 받을수 있다는 피해가족들의 비정상적인 의식이 확산되고있는 가운데, 사고를 낼까 지레 겁먹고 진료자체를 기피하는 의료인들의 옳지않은 대응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할 심각한 사회문제다. 보사부는 92년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의료사고분쟁을 해결할 수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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