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둑산책-이광구 (바둑신문 편집국장)

와신상담하던 중국이 아연 분발하고 있다. 88년 국제대회가 생긴 이래 들러리 역할만 해오던 중국이 이번 제6기 동양증권배에서는 4강고지에 2명의 선수를 진출시켜 세계대회 첫 우승의 야심을 불사르고 있다.중국 부동의 간판스타 섭위평은 16강전에서 한국 제일인자 이창호를 꺾은데이어 8강전에서는 이창호의 천적이라 불리는 일본의 터프 가이 요다(의전기기)를 물리치고 4강에 안착했다. 한편 현 중국바둑계의 실력 제일인자 마효춘도 16강전에서 한국의 신진정예 윤현석을, 8강전에서는 대만 대표로 출전한동족 왕립성을 차례로 제압하고 4강에 올랐다.

그런가하면 일본의 야마시로(산성굉)는 1회전에서 서봉수, 2회전에서는 조치훈, 그리고 3회전에서는 세계최고의 공격수 유창혁등 한국 선수들을 연파하면서 준결승에 진출, 요다와 함께 일본의 {대 한국용 병기(병기)}로 새롭게 부각되었다.

한국 진영에서는 조훈현의 얼굴만이 보이고 있다. 조훈현은 세계바둑계의 황제답게 일본의 노장 오다케(대죽영웅)와 중국의 히든 카드 전우평을 가볍게누르고 대회 2련패를 향한 전략구상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의 면면이 눈에 띄지를 않는다. {환상의 투 톱}이 깨졌다.대회는 흥미있게 되었다. 중국이 과연 첫 우승의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일본의 야마시로가 자국내에서 못다 푼 타이틀 획득의 한을 세계타이틀 쟁취로써 한풀이를 할는지, 그래도 역시 조훈현일지 두고볼 일이다. 바둑관계자들은{마효춘 야마시로등도 무시할 수 없는 강자이긴 하나 아무래도 결승은 조훈현과 섭위평이 치르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야마시로를 다크호스로 지목하고도 있다.

{야마시로는 실력에 비해 과소평가되고 있는 느낌이다. 일본에서 아직 타이틀을 쟁취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기성전 본인방전 등 굴지의 타이틀에서 현일본 바둑계의 양대산맥인 고바야시(소림광일)조치훈 등과 7번기를 겨룬 관록이 있다. 그것도 모두 7국까지 끌고가는 풀세트 접전이었다.더구나 끝내기 바둑이 되면 일본 제일이라는 평판을 얻고 있는 야마시로이다.이번에 유창혁도 결국은 끝내기에서 어물어물하다가 역전패를 당하지 않았는가}

그렇다. 세계대회에 출전한 프로기사라면 누구나 한칼은 있는 법. 지레짐작으로 경적하는 것은 필패의 결과를 낳을 뿐이다. 조훈현이 강한 것은 상대가누구든 경적하지 않는다는 바로 그 점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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