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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정국(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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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의 혹서속에 치러진 8.2보선은 기록적 무더위만큼이나 뜨겁게 전국을달구어 놓은, 올 최대의 정치적 사건중 하나로 꼽을만 하다.김영삼정부의 출범과 함께 그 거취가 주목을 끌던 박철언전의원의 실형확정으로 발생한 대구 수성갑 보선은, 시종 국민적 흥미거리를 제공했다.우선 {정치적 탄압}을 주장하며 옥중에 갇힌, 박전의원의 원격조종에 따른부인 현경자씨의 출마 자체도 그렇거니와, 새정부의 사정드라이브에 편파성시비를 제기한 이른바 반민자정서의 실재를 뼈아프게 확인한 집권당 참패의그 결과는 전국적인 화제를 몰고 왔다. 자신에 대한 검찰의 수사과정을 여론화하는데 성공한뒤 이를 곧바로 지역정서에 호소하는, 세칭 6공 최고의 정략가다운 박전의원의 {되살아나기}는 숱한 얘깃거리를 낳았다.특히 수성갑 보선에 휘몰아친 반민자의 지역정서는 대구사람들 스스로 경악할 만큼 대단한 실체를 드러냈다. 물론 이 선거의 승인을 다른데서 찾는 이도적지않다. 이를 테면 북한핵문제를 둘러싼 외교능력 부족, 무원칙한 사정,국정수행의 난맥상 등에 대한 실망감이 집권당 후보에 패배를 안겼다는 분석이 그것이다.하지만 이 선거가 그런 분석을 내릴 만큼 정책대결 또는 인물대결의 한판승부였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보는 시각 역시 만만잖다.

당선자인 현후보의 당시 소감도 그런 여운을 남기고 있다. 그가 말한 {대구시민의 승리}라는 대목은 집권당에 대한 이 지역의 반감표출이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선거운동 내내 그도 그 점을 호소했다.

낙선한 정창화후보 역시 패인을 지역정서에서 찾는데 주저하지않는다. "권력핵심부에서 밀려난, 권력금단현상에서 오는 감정적 표출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휘몰아치는 여론(지역정서를 지칭한 듯)을 어떻게 감당할 도리가 없더군요." 그는 이성적 정책대결의 선거는 아니었다고 결론짓고 있다.보궐선거를 지휘한 민자당 대구시지부의 시각도 이같은 범주에서 벗어나지않는다. "한마디로 지역정서가 지배한 선거였지요. 새정부가 들면서 30년간 정권창출지로서의 기득권 상실에서 오는 허탈감, 이 지역인사에 집중했다고 믿는 사정 불만등으로 현정권 거부반응을 보인 것 같습니다" 한 관계자의 말이다.

사실 이같은 지역정서의 바람은 이미 지난해 8월 대구동을 선거가 예고하고있었다.

당시에도 {대구사람의 본때를 보여주자}는 분위기가 감돌았으나 민자당은 이를 간과한채, 이 지역을 달래기보다는 되레 감정을 상하게 하는 실책만 계속범해왔다. 반민자의 지역정서를 자초한 셈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고속철도 대구권 통과 지상화, 대구 역세권개발의 대구시참여 배제, 경마장과 삼성 자동차 유치 등이다. 이같은 대통령 공약사업 또는 지역현안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부산 경남권과의 지역차별 시비가 터져나와{대구민심 이반}을 부추겼다. 민자당은 8.2보선 참패이후에야 이와 관련한지역여론을 서둘러 상부에 보고하면서 그 치유책을 건의했다. 이미 대구시민들의 감정은 상할 대로 상한 뒤의, 때늦은 {대구 달래기}인 것이다.어쨌든 8.2보선은 민자당에 심대한 충격을 안겨주며 대구.경북을 새롭게 돌아보도록 하는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지역 출신 여당의원들은 지역정서라는 그 실체와 위력앞에 당황해하며 앞으로 있을 지자제 선거와총선에 적잖이 신경이 쓰이는 눈치들이다. "참으로 인정하고 싶지않은 단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입에 담기를 꺼리는데도 묘한 위력을 지니며 지역분위기의 한쪽을 형성하는 것 같습니다" 한 여당의원의 곤혹스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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