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밥먹는다/무슨 반찬?/개구리반찬/살았니?죽었니?/살았다!'"학원갔다 집에 오면 TV봐요. '피그마리오' '꾸러기 로보컴'은 꼭 보고전에 했던 '마지막 승부'는 한번도 안빠지고 다 봤어요. 비디오도 좋아하지만 엄마가 야단쳐서 잘 못봐요"
뿌연 흙먼지속에 떼를 지어 놀고 있는 동네아이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노래소리와 TV를 친구삼아 지내는 요즘 어린이의 자랑아닌 자랑이다.광복후 50년의 세월동안 사회가 엄청나게 변한만큼 어린이의 놀이도 변했다.어린이 놀이문화가 변하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핵가족의 보편화와 산업의 발달을 꼽는다.
**핵가족 원택 원인**
"장난감? 그런게 어딨어. 다 주워쓰고 만들어 썼지. 나무 판자에 철사엮어만든 썰매도 얼마나 잘 나가는지 하루종일 타고 놀아도 지겹지가 않았지. 가끔 얼음이 얇게 언데서 놀다 죽을 뻔한 일도 있었다"며 웃는 이대성씨(55)의 말처럼 50년전 어린이들 대부분은 자연을 도구로 놀거나 스스로 장난감을만들었다.
여자아이들은 사금파리에 풀을 뜯어 소꿉놀이를 하고 콩주머니 받기놀이에해가 지는줄 몰랐고 하루종일 맨땅에서 하는 돌공기 놀이로 성한 손가락마디가 없었다. 잇고 또 이어 만든 고무줄이나 구슬이 유일한 사치였을 정도. 귀한 고 무줄을 짓궂은 남자아이들이 끊어놓고 도망갈라치면 동네에선 한바탕시끌벅적한 입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무줄.구슬도 사치**
여름이면 발가벗고 멱을 감던 남자애들은 싫증이 나면 뜨거운 모래톱에서 씨름왕을 뽑고 버들피리를 불었다. 겨울에는 눈이 꽁꽁 얼어붙은 내리막길에거적대기를 깔고 치달리는 것은 요즘 눈썰매 타는 재미에 비할바 아니었고자치기에 몰두하다 눈두덩이를 다치기도 했다. 신나는 쥐불놀이 끝에 손등을데기도 하고 논두렁태우기를 하다 설빔으로 받은 1백% 나일론 옷을 홀랑 태워먹 기도 했다.
고누, 사방치기, 오징어 놀이, 비석차기, 제기차기, 깨금뛰기, 닭싸움, 팽이 돌리기, 땅뺏기등도 그 시절 어린이들이 즐겨하던 놀이로 직접 몸으로부대끼며 싸우고 다치면서 우리네 어린이들은 사회성을 키워갔다. 하지만 60년대이후 '조국근대화'운동이 추진되고 '가족계획'이 실시되면서 어린이들의 놀이 역시 변하기 시작했다. 중화학공업의 발달로 플라스틱제품 이선 보이면서 조잡한 플라스틱 장난감이 등장하고, 아이를 적게 낳으면서 자녀에 대한 관심에 높아졌기 때문이다.
**놀이문화 큰 변화**
이제 남자애들은 플라스틱 기관총과 헬멧, 자동차를 사달라고 부모를 졸라대고 여자애들 사이에서는 옷을 갈아입힐 수 있는 서양인형과 플라스틱 소꿉놀이 세트를 가진 친구가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서양문물의 도입으로 인형이라면 푸른 눈에 금발머리가 보편적이고 로봇 이름은 따라하기도 어려운 영어이름이 붙여졌다.
TV의 보급도 어린이 놀이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몇 안되는 자녀들을 집바깥의 위험에서 떼놓으려는 부모들의 노력과 TV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어린이 들의 기호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TV=바보상자'라는 괴상한 등식이 성립하기도 하고 어린이들의 시력이 급격히 악화되는 현상까지생겨났다. 이같은 현상은 80년대 들어 컴퓨터 오락기와 비디오가 보급되면서 새로운 양을 띠어갔다.
**80년대들어 새양상**
"웬만하면 오락기가 있으니까 집에 가면 주로 오락을 해요. 비디오도 많이 보죠. 매칸더니 볼트론이니 새로운 이름이 자꾸 나와서 다 외우기도 힘들죠"라는 유치원교사 송수진씨(24)의 말처럼 어린이들은 이제 TV보다 더강력한 흡인력을 가진 오락기앞에서 하루를 보내고 인기있는 비디오를 보지않으면 친구들의 대화에도 끼지 못하게 되었다.
TV의 영향에 따라 어린이들의 놀이에 일정주기의 유행이 생겨난 것도 또다른특징. 프로야구 출범당시 각 구단에서 마련한 어린이야구회원이 되는 것이어 린이들의 가장 큰 꿈이었다.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이후 탁구나 배드민턴이 유행했고, 피구를 소재로 한 만화와 농구드라마의 방영이후 국민학교에 입학하지도 않은 어린이들이 피구공과 농구공을 들고 동네를 누비게 되었다. 활동적인 놀이로서의 스포츠도 TV시청을 통해서만 인기를 얻게 되는현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TV가 유행 만들어**
전 계명전문대 김화수교수(유아교육학)는 "어린이가 사회에서 동떨어진 존재가 아닌만큼 사회변화에 따라 어린이들의 놀이문화가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자녀수가 적어짐에 따라 훌륭한 아이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부모가 지나치게 어린이 놀이에 간섭해 아이들이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아이로 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부모는 괜한 소유욕만높이는 비싼 장난감을 사줄 것이 아니라 자녀의 정신적 독립을 위해 최소한의 관심을 주면서 아이가 다른 어린이들과 함께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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