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환불가 외규장각 고문서 억지논리

프랑스외교는 곧잘 '파도타기 외교'로 불린다. 국력에 비해 월등한 외교술로국익을 챙기는 프랑스 외교관들의 천부적인 재주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항상밑지지않는 거래를 성사시키는 이들의 재주에 한국이 말려들고 있다. 현재난항에 빠진 외규장각 고문서 반환 협정이 그것이다. 프랑스는 지난주 한국측에 고문서반환 약속을 지킬 수 없다고 통고해왔다. 이유는 실정법상 국내법 개정을 첫째로 들었고 국제적 파급효과를 두번째로 들었다. 그렇지만 프랑스는 지난해 독일로부터 2차대전때 약탈당했던 예술품 28점을 반환 받은사실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 지나치다는 비난을 면치못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리디아 유물 6백36점을 터키에 반환했고 이스라엘이 시나이반도 발굴문화재를 이집트에 반환했던 사실에 대해서도 언급을 피하려 무척 애를 쓰고있다. 대신 코블랜츠협상 당시 독-불군기 상호반환과 60년대 일본무사 갑옷과 프랑스 대포교환 방식만을 강조하면서 고문서 교환방식의 정당성을 세우려 들고있다. 여기다 영국의 고문서 반환불가 압력을 은연중 내세우며 고문서를 반환할 경우 국제적인 문화재의 연결고리에 미칠 파급효과를 도미노현상으로 방패 삼아 한국측 협상대표에게 어려움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말 그리스에서 일어난 영국의 약탈문화재 반환운동이 실효를거두지는 못했지만 이같은 운동이 점차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을 이들은 달갑지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측이 약탈문화재 성격상 반환은당연하다는 논리로 반환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약탈아닌 문화재가 루브르박물관에 있느냐)"며 한술더떠 한국측이 대여전시 도서목록(2차)의 성의있는 제시를 적반하장격으로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억지에도한국측이 과연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다시말하면 프랑스측의 이같은 외교술을 사전에 알고 있다면 여기에 대처할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게 이곳 외교가의 견해다. 〈파리·박향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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