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둑-제12기 대왕전

기사실에서는 일찍부터 서봉수 구단을 비롯, 몇몇 기사들이 이 바둑의 검토에 열중하고 있었다.여기서 서구단은 이창호에 대해 농담반 진담반으로 재미있는 말을 던진다."이창호한테 매를 맞아 보지 않고선 얼마나 무서운지조차 알수 없다"그래서 누군가 "서구단은 이창호에게 매를 맞아 봤으니 매운 맛을 알겠군"하자 "요즘은 매를 맞을 기회도 없으니 잘 기억이 안난다"고 서구단은 대꾸.최근 도전권조차 따내지 못하고 4인방 대열에서도 밀려날 처지에 있는 서구단의 이런 여유(?)와 능청에 기사실의 분위기는 자못 흥겹다.흑 로 파고든건 기존 흑모양에 백이 쉽게 틀을 갖추게 되자, 오히려 많은 돌을 소비한 흑쪽이 위협을 받게되고 허장성세가 되어 응징에 나선 것.일단 근거를 없애며 소위 '곤마는 동행하라'는 격언에 따라 타개의 수단을모색한다.

그리고 흑의 튼튼한 외벽을 십분 활용하자는 의미이기도 하다.이하 흑39의 공세에서 그 효과는 나타나고 43으로 활발한 진행이다.백44에서 조구단은 재빨리 손을 돌려 45로 선회한다.

조구단 특유의 발빠른 속력감을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곳으로 선착의 효가 돋보이는 순간이다.

〈양현모〉

(강평:하찬석팔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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