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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지하경제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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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지하경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불가사의한 이야기가 있다.얼마전 중국 상해에서 젊은 여성이 30만 원(2천5백80만원)짜리 강아지를 구입했다는 보도가 있어 화제가 됐다. 평균 월수입이 1천원(8만6천원)인 상해시민이 쉽게 구할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또 프놈펜이나 베트남 호치민시에는 오토바이 홍수를 이룬다. 93년 53%이던가구당 보급률이 지난해에는 63%로 증가했다. 베트남 1인당 국민총생산이 2백달러 정도인데 2천달러나 하는 오토바이가 그렇게 많은것에 놀라움을 금치못한다.

이런 불가사의한 풍유가 아시아 곳곳에서 눈에 띈다. 배후에는 지하경제가있다. 정부의 눈에 포착되지 않는 부수입을 가지고 있거나 친척이 외국에서번 돈을 송금해 주는 경우가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이다.필리핀의 경우 외국에 나가 있는 필리핀노동자수는 약 2백여만명. 이들은 세무경찰의 눈을 피해 매년 80억달러를 본국에 송금하고 있다. 1인당 4천달러(32만원)를 보내는 꼴.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마닐라의 값비싼 서양식 쇼핑센터의 상품이 동이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홍콩과 태국에서는 경마나 복권이 당첨된 액수보다 높은 가격에 팔린다. 해외불법송금이나 밀무역,매춘,도박등 지하경제에서 나온 검은 돈을 세탁하기위해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캄보디아에서는 정부군의 AK47자동소총이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으며 파키스탄 북부와 아프가니스탄의 국경 도로에는 양귀비꽃이 만개하고 있다. 바로 지하경제의 밑거름이다.

마약과 무기뿐 아니라 매춘도 지하경제의 '큰몫'을 하고 있다. 방콕의 환락가에는 10대 매춘부로 득실대고, 프놈펜의 댄스홀에는 외화를 벌기위해 베트남에서 온 여성들로 북적댄다. 이들은 하루에 일반노동자들의 한달벌이를번다.

지하경제규모를 통계내기는 어렵지만 필리핀은 국내총생산의 42.6%(93년)를, 대만에서는 30%, 인도에서는 35~40%로 추계하고 있다. 특히 필리핀은80년이후 지난해까지 지하경제의 규모가 10배이상 증가했다.아시아 각국의 경제를 늘려주는 지하경제이지만 범죄와 전쟁을 조장하는등부작용도 심하다. 또 국내저축률을 저하시켜 개도국의 경제자립을 방해하기도 한다. 인도는 90년 24%인 저축률이 92년에는 22.3%, 지난해에는 20%이하로 떨어졌다.

선진국에서는 경제성장의 윤활유역할을 하기도 하는 이 지하경제가 아시아에서는 화려하게 피었다가 몽롱하게 지고마는 양귀비꽃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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