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올 지방선거 시·도별 쟁점은

4대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지방의 크고 작은쟁점이 전면 부각될 것이라는 점에서 지역실정에 따라 선거이슈도 다양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국회의원선거가 지역 이익을 중앙정치 무대에서 대변하는 지역대표를 뽑는선거라고 할때 지방선거는 중앙에 맞서 지역의 이익을 보호하는 일꾼을 뽑는선거라는 역의 논리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난 30여년동안 계속돼온 대권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여야의 중앙대결구도가 이번 선거에서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예단이다. 또한 고질적 지역감정과 특정 정치인의 거취와 관련된 '대리전' 양상도지방 선거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을 것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별로 4명의 각급 공직자를 동시에 선출해야 하는 지방선거의 특성상 과거와 같이 지역을 초월하는 현안으로는 지역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내기는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정치색이 짙은 이슈는 뒷전으로 밀리고 지역주민의 생활과 직결돼있는 환경교통등 '탈정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공약들이 주류를 이루는 정책대결의경연장으로 변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경남 창원시에 사는 대학생 박경석씨(28)는 "보통사람들은 거창한 구호보다집앞의 맨홀 뚜껑이 제대도 덮여 있는지, 깨진 보도블록이 제때 교체되는지에 오히려 관심이 있다"면서 "그것이 이번에 선출될 단체장과 의원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유권자의 변화된 인식을 강조했다.

이같은 경향은 광역에서 기초로 내려갈수록 더욱 농후해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선거구 규모와 비례해서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쟁점도 크게 변화할 것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더욱이 이번 선거가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일꾼을 뽑는 선거인만큼 각 시·도가 처한 상황과 실정에 따라 쟁점도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다만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정치적 특성상 여야의 '중간평가' 시비가 선거과정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은 여야가 내년의 국회의원선거, 내후년의 대통령선거로 가는 길목의 중간시험으로 간주하고 있고 당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어서 싫든 좋든 정치적한판승부로 가지 않을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서울시장선거도 지역적으로 1개 행정관할관을 선출한다고 볼때 지역현안과 민생문제가 선거쟁점의 우선순위를 차지하지 않을수 없다.성수대교 붕괴참사와 교통난, 건설부조리, 환경문제등이 핵심현안으로 떠오를것으로 보는 시각이 그것이다. 오히려 정치공약과 중평시비를 지나치게 부각시키려들 경우 생활자치를 바라는 주민으로부터 외면당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이밖에 전국 시도선거는 주민의 피부에 와닿는 문제가 아니고서는 쟁점과 이슈로 활용하기 어렵다는게 각지역 유력인사의 진단이다.

경기도의 경우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지역과 농촌지역의 균형발전 문제가 주요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국 제조업체의 26%가 도내에 밀집해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육성방안도 주요 관심사로 대두될 것으로 전망된다.아주대 김영래교수(정외과)는 "누가 더 효율적인 독자적 발전모형을 제시하는가에 초점이 모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근이경기도의회의장(60)은 "현재 도민들은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서울로위장전입하는 등의 편법을 통해서라도 자녀들을 서울에서 교육시키려는 과열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경기도의 교육개발문제도 심각한 논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원도는 '무대접'과 '푸대접'론이 팽배해 있는 지역주민 정서를 자극하면서환경보전과 개발문제가 대립되는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있다.

강원대 윤영철교수(신방과)는 "모든 규제를 풀어 오락, 경륜, 호텔등의 위락시설을 많이 유치하자는 쪽과 마지막 보루인 환경을 고려해 실버산업등 무공해 산업만 유치하고 장기적 측면에서 교육과 문화사업을 강조하는 쪽이 대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춘천상공회의소의 전춘길사무국장도 "개발의 청사진을 얼마나 설득력있게제시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전 충남·북은 김종필씨의 자민련창당에 따른 지역감정이 어느 정도지역유권자들에게 파고들 것인지가 주요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충남대 조명현교수(정외과)는 "영남과 호남권에는 YS와 DJ라는 뚜렷한 지역지도자가 뿌리내리고 있는 반면 충청권에는 구심점이 없어 JP신당으로 지역결속을 이룰수 있을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정구영대전시의회 부의장도 "이번 선거에서는 무엇보다도 자민련의 창당으로인한 지역감정유발 문제로 논란이 예상된다"고 조교수의 지적에 동감을 표시했다.

다만 충북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전·충남에 비해 자민련 영향권에서 떨어져있다는 점에서 강원과 마찬가지로 낙후된 지역개발과 주민복지문제가 만만치않은 선거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태무충북도의회 총무담당관은 "지역개발이 다른 시·도보다 떨어져지역발전이나 복리증진에 대한 도민들의 욕구가 그만큼 크다"며 "가장 큰 이슈는지역발전과 복리증진문제"라고 말했다.

부산과 경남은 탈중앙·탈정치 현상이 가장 두드러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견해다.

부산공동어시장의 유기춘회장은 부산을 교통난 용지난 재정난등 '3난의 도시'라고 지적하면서 "시민들은 어떤 후보자가 부산시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할것인지를 판단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후보자간의 쟁점을 차분히 분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역발전문제를 쟁점으로 손꼽았다.회사원인 강기웅씨(35·창원시 사림동)도 "단체장이건 기초·광역의원이건지역의 실정을 누구보다 훤히 알고 산적한 문제들을 발전적인 방향에서 해소할 수 있는 교육자적 자질을 갖춘 진정한 '어른'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른바 TK로 상징되고 있는 대구·경북은 '반민자비민주'라는 지역정서와함께 도청이전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민영창경실련사무국장은 "무소속 후보들이 난립하는 양상을 띠면서 선거기간내내 정치문제를 두고 정당과 무소속 후보간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게 될것같다"고전망했다.

민국장은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중앙정치를 두고 갑론을박한다면 풀뿌리 민주주의를 기대해온 지역민들에게 큰 실망만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를표시했다.

광주·전남북등 호남권은 올해로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5·18문제등 정치현안과 지역개발문제가 엇비슷한 비중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문병란조선대교수(국문과)는 "지역여론의 흐름을 읽어보면 많은 시민들이광주문제로 외면돼왔던 지역발전의 문제를 더 원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며 "명분과 실리를 내세운 여야의 팽팽한 대결구도가 예상되며 어느 쪽이승리를 하더라도 근소한 차이로 이길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제주에서는 △미국산 오렌지 수입에 따른 감귤농가피해대책 △제주종합개발계획사업 추진문제 △그린벨트규제완화등 지역문제에 후보자와 유권자들의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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