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채용을 둘러싸고 생기는 잡음은 국민들의 대학전체에 대한 시각을 흐리게 만든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런 교수사회가 변화하고 있는것이다. 이젠 교수들도 개방화,세계화시대의 무한경쟁의 변화를 외면할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여기다 국민적 성숙이 상아탑속의 교수사회를 들여다보면서 변화를 강요한탓도 있다.계명대 민현기교수는 소설 '교수열전'에서 교수채용을 앞둔 대학교수사회를"신임교수 채용때만 되면 모두 일시에 크렘린으로 돌변하는것 같다. 결코 자신의 속셈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제각기 우물딱주물딱 자기밥그릇 챙기기에분주하다. 거미줄처럼 걸린 인맥과 학맥, 혈연과 지연을 따라 움직이느라 눈들이 시뻘겋다. 가히 겉으론 잠잠하지만 안으론 피튀기는, 너죽고 나살기식의 치열한 땅따먹기를 방불케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괴이한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진다"고 묘사했다. 소설속 하교수가 옛애인으로부터 그녀의 동생이 신규채용에응모했으니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속으로 내뱉은 독백이다. 비록 작자의 의도가 "혹독한 자기비판을 통해 교수사회가 거듭나야 한다는 뜻에서 소설적 허구를 통해 지나치게 풍자했다"고 변했으나 "상당부분은 사실이 자료로 쓰여졌다"고 말했을만큼 시사하는 바 크다.
교수들의 파벌, 그건 점잖은 표현으로는 교수들의 '학문'을 위한 자기고집들의 부산물이지만 뒤집으면 자기성숙의 처절한 노력을 외면하고도 안주할수 있기위한 하나의 보호막이다. 이런 인맥만들기의 주범중 하나로 낙인찍힌것이 모교출신의 교수임용, 즉 동종교배(INBREEDING)다. 대학내 인맥을 조성하고 파벌을 만들어온 대표적 사례가 바로 이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 동종교배는 열등한후손이 나온다는 원리다. 자기제자(엄격히 말하면 자신을 통해 학위를 받은 자신의 분신)을 자기학과에 심어둠으로써 학문적으로나 인격적으로도 언제나 대학내에서만큼은 스승으로 남아있을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3월 지역의 모대학에서는 학과교수가 자기학과출신 박사의 다른대학 교수채용을 방해했다는 대자보가 나붙고 대학에서 진상조사를 벌여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었다. 해당교수는 "이런 식의 음해로 득을 볼 사람이 있기때문"이라며 대학사회의 한 병폐임을 시인했다. 문제는 대학교수에 임용되려는박사학위자가 줄을 서 있으나 채용숫자는 소수이고 또 과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생긴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1년동안 대구지역 4년제대학에서만도 줄잡아 2백여명의 교수들이 새로채용됐다. 대학평가인정제의 실시로 대학마다 교수확보율 높이기에 비상이 걸린 덕이다. 여기다 교육개방과 미구에 닥칠 대학입학자원의 감소까지 생각한대학들이 좋은 교수 모셔오기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교수채용에 늘 따르던 잡음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교수채용에서 모교출신 박사가 많은 것은 역사가 짧은 일부 신규사립대학들이 교수채용시 금품을 수수하는 것 만큼이나 문제가 되어왔다.
경북대는 올 3월 25명의 교수를 새로 채용했다. 이들중 학사과정이 경북대출신은 40%인 10명(의대, 치대 2명포함)이고 경북대출신 박사는 단 2명(의대, 치대 제외)뿐이었다. 모교출신 학사 10명중 인문계열은 단 1명뿐이었다. 경북대전체교수중 모교출신 교수의 비중이 60%를 넘는데 비춰볼때, 또 채용때마다 말썽이 되어온 모교출신자의 비율을 볼때 이번 교수채용은 대단한 변화라 할수있다. 역시 이번학기에 31명을 신규임용한 대구대의 경우 국내박사와 국외박사가각각 15명씩이었으며 국내에서는 서울대가 6명이었다.
대학마다 실력있는 교수를 엄정한 심사를 통해 '초빙'하기 위해 많게는 10단계도 넘는 검증과정들을 거치고있다.
먼저 학교전체의 교수확보율과 대학별, 학과별 교수확보율, 학생대 교수비율등을 토대로 학과별로 교수총정원에 비해 현원숫자가 적은 학과부터 채용학과로 선정한 뒤 해당학과에 채용할 교수의 전공선택을 요구한다. 이때 학과에서는 필요한 전공을 책정해 본부에 통보해준다.
대학본부는 학과별 채용인원과 전공을 수합, 일간지에 채용공고를 내고 응모자들을 접수한다. 영남대의 경우95학년도 1학기에 43명 모집공고를 냈고 1백51명이 지원했으며 이중 24명이 최종임용됐으며 94년 2학기엔 35명 모집공고에2백23명이 지원, 6.4대1의 경쟁률을 보였으나 최종임용은 26명에 그치는등 보통 5~10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대학 초빙교수 심사위원회에서1차 서류심사를 한다. 여기서 학과별 심사를거치게 되는데 이때 필요하면 공개강의도 하게 된다. 채용기준에 따른 엄격한자격심사를 거쳐 채용인원의 3배수 정도를 선발한다.
학과심사에서 선발된 응모자는 다시 단과대학 심사를 거쳐 여기서 2배수로조정된뒤 총장 면접을 하게된다. 총장면접후 다시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1명을 최종 선정해 총장에게 추천하며 총장은 최종확정한다.
대학별로 약간씩의 차이는 있으나 학과와 단과대학, 대학본부의 심사를 두루거쳐야하며 필요할 경우 공개 또는 비공개강의를 해야 하는 수도 있다.대학에 따라 학과심사를 2차에 걸쳐 세분하기도 하며 교수채용전문위원회가학과추천 임용후보자를 심의해서총장에게 추천한다. 이때 총장은 전문위원회의 명백한 착오를 확인할 경우 타대학이나 전문기관에 재심을 의뢰하는 장치도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학의 교수채용 결정 자체에서부터 발생할 수 있다. 학과에서는 교수들의 전공에 따라 채용자체를 기피하는 경우도 많다. 또 학과교수들이 담합해서 정실에 치우친 채용을 할수도 있다.
경북대의 모학과는 교수들간 이견으로 채용할 교수의 전공을 결정하지 못해몇년째 교수채용 자체를 못하다가 최근 제3의 전공으로 교수를 채용했었다.여기다 일부 사립대학이긴 하지만 교수채용을 놓고 공공연히 금품요구를 해서 물의를 빚기도 했었다. 교수채용과정에서의 금품수수는 지난 93년 5월 경원대 이정부부총장과 임선빈교수(환경조각과)가 배임수증재혐의로 경찰에 사법처리되기도 했었다. 이같은 교수직 채용비리는 최근까지도 4년제 1억원이상, 전문대는 5천만원대라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고 또 비공식적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교수채용을 둘러싼 물의에 대해 연세대 박영신교수는 '대학의 장막과 정당성위기'라는 논문에서 채용과정을 모두 공개할 것을 주장해 주목을 받았었다. 박교수는 논문에서 "내신성적 하위자가 어떻게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는지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전공자도 아니고 학문적 훈련,업적, 경력에서 부적격자인 특정인이 여러 적격자를 제치고 채용되었는가 하는채용부정에 대한 의혹이 오늘날 교수대기군 사이에 가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교수는 채용결정에서의 전공선택에서부터 공고이후 응모자들의 학력과 경력, 능력등을 공개하는 것이 부정을 근절하는 것이라 주장했다.〈이경우기자〉
**이렇게 본다**
김헌무(대구대교무처장)
대구대는 올 1학기에 31명, 지난해 2학기에 21명등 1년동안 52명을 신규임용, 교수확보율을 하한선인 63%를 넘겼다. 전체교수 3백84명의 13%를 채용하면서 별다른 물의가 없었던 것은 대학전체가 그만큼 정성을 쏟은 결과라 생각한다.
대구대는 이런 결과를 얻기위해 몇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었다. 먼저 충원학과의 공개결정으로 실력자와의 친소에 따른 충원학과선정을 막았다. 또 학과의요구에는 학과의 전공분류표와 학과교수들의 전공을 일일이 비교했다. 무엇보다 충원관련된 분야가 있는 대학들에 공문을 보내 응모를 권했다. 학과에서내정된 사람이 있다는 암시를 하거나 응모자가 들러리를 선다는 생각으로 응모를 포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특히 대학본부는 교수신규채용시 학과와의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 '특성화'나 '장래'를 들먹이며 특정인을 염두에 둔 전공분야 요구나 교수자신의 입지강화를 위한 채용요구도 있을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종전과 같은 채용기피나 엉뚱한 전공을 내세우는등 노골적인 말썽은 없었지만 5개학과에서 문제를제기했다. 물론 대학이나 학과 모두 결과에 승복할 수 있게돼 잘된 것이라 생각된다.
대구대의 경우 이번 임용에서 1명의 응모자를 두고 50분간이나 집중면접을실시한 사례도 있다. 물론 본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정실에 치우치지 않고유능한 교수를 우리대학이 채용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좋은 교수를 초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계자 모두의 사심없는 자세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방안이 있더라도 결국 사람이 운용하기 때문이다.대구대의 올해 교수초빙에 대학 고위책임자의 친척이 응모했으나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고 결국 탈락했다.
그러나 공고만 보고 서류를 냈던 미국출신 인사와 지방대학출신 교수가 채용된 것이 대구대의 신규교수채용 공정성을 말해준다. 아무 연고도 없는 이들의초빙이 알려지자 미국에서는 "실력만 있으면 모국의 대학교수가 될수 있다"는말이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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