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최고급 백화점인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지은지 5년 남짓밖에되지 않은 5층 건물이 지하 2층까지 순식간에 폭삭 내려앉았다. 꿈에도 갖고싶었던 상품들이 눈 한번 깜짝 하는 순간에 처치 곤란한 쓰레기더미로 변했다. 아무리 최고급 백화점이라 해도 따지고 보면다 미래의 쓰레기를 미리파는 곳이 아니겠는가.누가 쓰레기를 갖고 싶어하고, 누가 쓰레기를 끌어안고 울겠는가. 그러나사람은 다르다. 비록 쓰레기 같은 사람이라도 그가 사랑했던 사람이 있을 것이고, 또 그를 사랑했던 사람도 있지 않겠는가. 너무나도 사랑하던 사람들이그곳에 묻혔기 때문에 살아 남은 사람도 평생 그곳에서 한발을 빼지 못하리라.
최근 몇 년간줄줄이 이어진 대형 사건.사고를줄줄이 말할 필요는 없을것이다. 지난 30년간 우리는 세계가 깜짝 놀랄만큼 수많은 공장과 집을 지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빨리 지었다.
우리는 공장의 정문으로 나오는 빛깔번쩍한 제품만 보고 기뻐하지 않았던가. 판잣집에 세들어 살다가 바깥만 번듯한 '내집 '에 살게 되었다고 얼마나 기뻐했던가. 우리들의 기쁨은 하늘까지 닿을 만하였지만, 그 기쁨의 발판이 무덤이었다는 사실을 세월이 흐른 지금에야 비로소 조금씩 알게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눈을 돌려야 한다. 공장 정문으로 나오는 기쁨만 볼 것이 아니라 공장 뒷문으로 나오는 괴로움까지 보아야 한다. 아름다운 잠자리 날개같은 옷이 사실은 수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누가 그 옷을 입고 싶어 하겠는가.
무너진 삼풍백화점의 철근과 콘크리트 더미(사실은 이미 백화점이 아니고쓰레기 더미임)속에 우리들의 한쪽 발이 깔려 있다면 우리들의 삶은 결코 행복한 것이 아니지 않겠는가.
〈대구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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