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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구시 범어동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실감이 나지 않는다. TV에서는 장마전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연일 일기예보를 하고 있지만 어찌보면 다 주제넘는 일이 아니겠는가. 과학이 아주 발달한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아직까지도 비는 하늘이 내리시고, 우리들 인간은고작 우산이나 제대로 챙기는 수준에 불과한 형편이다.비가 안온 건 아니지만 이렇게 후텁지근한데 장마라니…. 하늘이 내리시는장마야 어쩔수 없다 하더라도 우리들이 쓰는 '장마'라는 말은 또 어떤가. 장마란 여러날 계속 비가 내릴때 쓰는 말이지만 여러날이란 도대체 며칠을 말하는가.

물론 말이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겠지만 '춘추좌전'의 의례에 따르면 무릇 비가 내려서 3일이상이 되면 장마라 하고 평지에 눈이 한자이상 내리면 대설이라 한다고 했다. '좌전'의 기준에 따르면 대구에는 아직장마비가 내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 곧 장마가 들고 그래서 끝없는 빗소리를 듣는다면 어찌 끝없는 생각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고려시대 이제현 선생은 달포동안 계속 비가 내리자 답답함을 이기기 위하여 편지 조각들을 이어붙이고 그 뒷면에 닥치는 대로 글을 썼다. 그게 바로유명한 '역옹패설'이란 책이다. 쌓은 것이 별로 없는 우리같은 사람이야 한달만에 어떻게 책을 한권 쓰겠는가.

다만 이번 장마철에는 한방울 한방울 유리창을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몇권의 책이라도 제대로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초록 들판과 골짜기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시라도 몇편 썼으면 좋겠다.

〈대구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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