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실눈을 뜨기는 다른 곳이분명하다. 우선 환하다. 덥지 않다. 숨 쉬기가 편하다. 온몸이 쑤신다. 흰벽과 흰 천장이 보인다. 나는 눈을 감는다.어떤 자극에 나는 다시 눈을 뜬다. 여자가 나를 내려다 본다. 웃고 있다.흰 옷을 입고 있다. 나는 다시 눈을 감는다. 무슨 소리가 들린다."안됩니다. 인터뷰를 할 수 없다니깐요. 봐요. 중태아닙니까. 아직도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상탭니다. 말을 하다니? 어떻게 말을 하겠어요""사진만 찍겠다지 않습니까""온통 붕대를 감고 있는 사진을 찍어서 뭘해요?"
"사용하고 안하곤 우리쪽 문제죠. 사진 찍는 것조차 막을 이유야 없잖아요"
"순경 어딨어요? 이 사람들 내보내주세요. 당신은 뭘하는 사람이예요. 접견을 막겠다해놓곤 왜 이사람들을 들여보냈어요?"
"나가시요. 어서 나가요. 사건이 해결되기 전까지 면회 불헙니다"실랑이질 하는 말소리가 들린다. 찰칵찰칵하는 소리가 난다. 눈 언저리로빛 같은 것이 지나간다.
"봐요, 환자가 놀라잖아요. 눈꺼풀 떠는게 안보여요? 모두 나가세요. 당신네들은 글자도 읽을 줄 모르세요? 면회 사절, 절대 안정이란 팻말이 붙었잖아요"
여자의 목소리다. 다시 의식이혼미해진다. 잠이 온다. 나는 평소에 잠이없다. 넌 도대체 왜 그렇게 잠이 없냐고 사람들이 말했다. 이렇게 끊임없는잠이 오기는 처음이다.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나는 잠속에 빠져든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시우씨!"
누구인가 나를 부른다. 나는 눈을 뜬다. 형광등 불빛이 눈부시다. 경주씨가 나를 내려다본다.
"나를 알아보겠어요?"
경주씨가 묻는다. 나는 알아보겠어요 하는 대답을 하고 싶다. 목이 잠겨말이 되지않는다. 턱만 조금 끄덕인다. 다른 여자의 얼굴이 보인다. 경주씨옆에 서 있다. 나를 보고 웃는다.
"이튿날, 그 사건이 신문에 나고, 다음날부터 시우씨의 실종사건을 신문이다루기 시작했어요. 날마다 신문에 조금씩 크게 속보가 나오다, 나흘째부터아주 크게 다뤄졌지요. 군경이 동원돼서 수색에 나서구, 납치범들은 잡히지않았지요. 암매장이 틀림없다고 단정지었죠. 산목동 일대의 야산과 장서면까지 다 뒤졌죠. 저도 나섰고요. 그런데 시우씨가 납치되고 7일째, 어디서 발견된줄 아세요?"
경주씨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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