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천억'수사 검찰 규명착수 배경

서석재 전총무처장관의 전직 대통령 4천억원 가·차명계좌설에 대한 공신력 있는 조사기관의 진상규명을 놓고 한바탕 줄다리기를 벌인 총리실과 검찰의 힘겨루기는 결국 검찰이 총리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일단락됐다.안우만 법무장관은 이날 오후 8시께 최환 법무부 검찰국장을 급히 대검찰청 기자실로 보내 "서 전장관의 발언에 대해 한점 의혹이 없도록 검찰이 맡아 수사토록지시했다"는 발표를 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7시까지도 총리실에서 "검찰에 이 사건 진상규명을 맡기겠다"는 원칙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 사건 조사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분명히 했었다.

대검 송종의 차장은 이날 정부의 방침이 발표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은 이사건 수사를 맡을 생각도 없고 그같은 방침을 통보받은 바도 없다"며지난 주 서석재 전총무처장관의 4천억 계좌설 파문이후 한결같은 자세를 견지했다.

송 차장은 특히 "오전에 총리실 비서실장이 이같은 결정을 확실히 밝혔는데도 검찰의 태도가 불변"이냐는 질문에 "검찰은 혐의가 분명한 사안에 대해서 수사를하는 기관이지뜬소문의 진상이나 밝히는 곳은 아니다"면서 "검찰의 방침은 불변"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검찰의 이같은 태도는 "서 전장관이 발언 파문 직후 다시 기자들과 만나 '술좌석에서 시중 루머를 말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을 했는데도 굳이 검찰에이 사건의진상규명을 떠맡기려는속셈이 무엇이냐"며 검찰을 희생양으로 이사건을 마무리 지으려는 듯한 정부측의 태도에 반감을 표시한 것에 다름아니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이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게 될 경우,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파문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위협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검찰의 기본적인 입장은 정치권에서 일어난 일은 정치권이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이에 대해 정부일각에서는 "엄연한 행정부의 일원인 검찰이 총리실 결정에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검찰의 태도에 상당한 불만을 표시했으며 송태호 총리실 비서실장은 저녁 무렵 다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검찰이조사기관으로 선정된 것은 확실하다"고 또 다시 강조하기도 했다.결국 검찰의 이같은 버티기는 행정부 각료중 서열 3위이자 검찰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안우만 법무장관이 검찰에 지시를 내리는 형식으로 끝이났지만검찰과 총리실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까지 비화됐던 이번 사안은 향후 상당한후유증을 동반할것으로 예상된다.

과정이야 어쨌든 검찰이 이 사건을 맡게된 이상 엄청난 파문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 수사기관인 검찰이 조사를 맡게 됐다면 이는조사가 아니라 수사로 보아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기도 했다.검찰 주변에서는 이와 관련, 검찰의 버티기가 결국 자신들의 명분 확보 및향후책임에 대한 일정부분의 감면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겉으로는 거부반응을 보이면서도 사실상 수사준비는 은밀히 진행돼 왔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유력하다.

기실, 검찰은 이날 오전과 오후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중수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여는 등 긴박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대검 중수부는 우선 휴가를 떠난 수사기획관과 수사1·2과장을 급히 소환,주임검사를 확정한 뒤 우선 진상규명을 위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하계 휴가를 떠난 일부 검사들의 경우, 이미 전원 연락가능한 위치에 대기할 것을 지시한것으로 미뤄 8일부터의 본격 조사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것이 검찰 주변의 관측이다.

남은 것은 서 전장관의 출두시기와 조사의 파장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왕 검찰이 수사에 나선 이상 5-6공 비자금 전체를파헤쳐 관련자를 사법처리하는 것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검찰의위상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현재 정치권의 분위기로 볼 때 전면 수사 가능성이 오히려 높은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 다른 관계자는 "해명 차원을 넘는 수사확대는 결국 집권 여당의 분열을 초래하는 등 상당한 후유증을 남기고 김영삼 정부의 집권 후반기에 엄청난 부담으로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 "이에따라 이번 수사가 서전장관의 발언에 대한 진상규명 이상으로 번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하기도했다.

그러나 조사 또는 수사의 파장은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수사성 조사를 펴는 것자체로서 엄청난 크기로 번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검찰 주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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