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아태경제협력체(APEC) 각료회담에서 지난해 채택된 '보고르선언'의행동지침이 각국의 이해관계란 장벽을 넘어 가까스로 합의됐다. 이로써 연이어 열리는 APEC정상회담에서의 이른바 '오사카선언'이 무난하게 채택될수 있게됐다.이번 오사카회의는 지난해 보고르에서 채택되었던 역내 무역 투자 자유화선언을 본궤도에 올릴수 있는 구체적 실천지침을 확정하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참여국들이 '2010~2020년까지자유화 하겠다'는 총론적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각국의 사정과 경제형편등 다양한 이해가 엇갈려 의견을 한데 모으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니었다.
특히 농업개방을 둘러싸고 선진국이자 수출국인 미국·호주등은 원칙론에입각하여 무조건 개방을 요구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중국등 자국의농업을 보호해야하는 나라들은 예외적 신축론을 주장, 자칫 APEC의 기초는몰론 존재자체를 무너뜨릴수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참가한 회원국들의 각료들은 APEC이란 큰 구도에는 흠집을 내지 않으면서 '신축성'이란 말뜻 그대로 약간은 애매모호한 상태로 합의하여 우선 위기는 넘겼다.APEC회원국들은 오사카합의에 따라 내년 11월 마닐라에서 열릴 제8차 회의에 각국의 자유화추진 행동계획을 제출해야 하고 97년 1월부터 계획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 행동지침은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처럼 자발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이른바 '조화된 일방주의'를 표방하면서 공동및 다자적 조치를허용하고 있는 제2의 UR협정이라고 보면 된다.
행동지침중 핵심부분은 무역·투자 자유화를 위한 9개항의 일반원칙이며각료회의에서도 이 부분을 가장 무게있게 다룬 초점이라 말할 수 있다. 일반원칙은 포괄성·세계무역기구(WTO)협정과의 일치성, 형평성, 무차별성, 투명성, 현상유지, 동시개시, 신축성, 협력등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우리정부가주안점을 두고 있는 농업부분은 제8항 신축성조항에 반영되어 있다.행동지침이 마련되었다고 하나 실행과정이 탄탄대로를 약속하고 있지는 않다. 그것은 나라마다 각기 다른 사정과 독특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8조 신축조항은 '자유화는 각국의 경제발전단계및 다양한 여건을감안하여 이러한 여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다루는데 신축성을 부여한다'는다소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위장되어 있기 때문에 이 조항이 여러가지 마찰을불러올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러나 호주와 더불어 우리나라는 APEC의 창설국이며 나아가서 선진국과저개발국의 중간자적 입장에서 진로와 방향을 제시해야 할 입장이기 때문에농업이라는 한 분야의 한정된 이해관계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APEC은 윌리엄 페리 미국방장관의 말처럼 '안보기구로서의 APEC'으로 성장할 가능성이크기 때문에 총체적 원칙론에 치중해야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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