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306)-제10장 아우라지의 희망

짱구가 삽짝을 나선다. 그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갑자기 목이메인다. 나는 신을 신고 뛰어간다. 뒤에서 할머니가 나를 부른다. 나는 삽짝을 나선다. 짱구가 고샅길로 저만큼 가고 있다."혀 형, 짱구형!"

내가 외쳐 부른다. 짱구가 걸음을 멈춘다. 뒤돌아 본다.

"마두, 경주씨를 놓치면 안돼. 행복하게 살라구"

짱구가 손을 흔든다. 다시 걷는다. 그의 등 뒤로 은행나무 노란잎이 시나부로 떨어진다. 짱구가 골목길을 돌아든다. 뒷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눈물이앞을 가린다. 할머니가 내 팔을 잡는다.

"시우야, 들어가자. 친구는 이제 갔다. 지난 추석날 성묘도 못했잖니. 너아비 산소에나 다녀오자. 저 처녀도 너 아비 산소에 가보고 싶다는구나. 산소에 다녀와서 나하고 이장을 한번 더 만나보기로 했다"

할머니가 내 팔을 끈다. 나는 집으로 걸음을 돌린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는다. 이제 짱구를 영원히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키요도 마찬가지다.경주씨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다. 경주씨가 설거지를 마친다. 연탄불을 간다.

"처녀, 이제 나서도 될란가?"

할머니가 새 치마저고리를 갈아입고 나선다.

"네, 가요. 다 끝났어요"

셋이 집을 나선다. 마을 뒤로 돌아간다. 솔바위로 길을 잡는다. 해가 왕재산 위로 떠올랐다.

서리 앉은 갈잎들이 하얗게 반짝인다. 수수밭을 지난다. 수수열매는 이미거두어들였다. 개울물 소리가 돌돌 흐른다. 길섶의 억새꽃이 아침 바람에 너울거린다. 산길을 오른다. 꼬부장한 할머니의 걸음이 처진다. 경주씨가 할머니를 부축한다. 내가 앞장을 선다. 쌓인 낙엽에 발이 푹푹 빠진다. 온 산이단풍색으로 붉고 누렇다. 적단풍은 복자기나무, 단풍나무, 옻나무, 화살나무, 노박덩굴이다. 황단풍은 느릅나무, 고로쇠나무, 피나무, 버즘나무다. 소나무만 푸르름을 자랑한다.

"시우씨, 산이 너무 조용하네요. 새소리, 낙엽밟는 소리, 바람 소리밖에안 들려요. 말하기조차 조심스러워요"

경주씨가 말한다.

여긴 도시가 아니잖아요하고 나는 말하고 싶다. 도시는 정말 너무 시끄럽다. "시우야, 신선선(선)자는 사람(인)이 산(산)에 있다는 뜻이야. 산이 숲을 키우듯, 산은 사람을 신선으로 만들지"아버지가 말했다.할머니가 헉헉대며, 숨차게 '아라리'를 읊조린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아리랑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고개 고개로 날넘겨주오/떨어진 동백은 낙엽에나쌓이지/사시장철 님 그리워 못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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