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둔하면 손발이 고생하고 지휘관이 멍청하면 졸(卒)들이 고달퍼지는 것은 고금의 진리다.
지략이 모자라는 장성들이 군단본부 책상앞에 앉아서 작전지휘도의 선(線)하나 멍청하게 긋는데 따라 수천명의 연대나 사단병력의 목숨이 왔다갔다하게 되는것도 그런예다.
죽어나는건 조조군사(曹操軍士) 라는 옛말도 걸핏하면 파리목숨 당하듯 고생을 도맡아 하게되는건 항상 만만한 아랫사람몫이 된다는 뜻으로 윗사람이 즉흥적인 오판을 하거나 무능하면 그 폐해는 밤낮 죄없는 아랫사람들에게 돌아가게됨을 빗댄 말이다.
과거 장관이나 총리가 바뀔때마다 새로운 전시용 정책구호가 만들어져 나오고 새감투를 쓴 높은 사람은 뭔가 한건 새로운 걸 내놓아야 겠다는 공명심과 벼슬자리 의욕 으로 거창한 시책을 내거는 관행이 있어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취임치레용 시책들은 국민생활속에 뿌리내리기는 커녕 아랫쪽에 미쳐 다 내려오기도 전에 목욕탕집 굴뚝의 김처럼 솟자마자 식어버리든지 아랫사람들 손발만 헛고생시키고 증발해버린것이 사실이다. 개혁을 내건 문민정부의 새내각도 기대와는 달리 그런 낡아빠진 옛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관행에의 탈피라는 개혁은 커녕 오히려 높은 사람의 즉흥적인 말씀 한마디 떨어지게 바쁘게 현실성없는 정책을 말에만 맞춘 시책들로 조립해 만들어 내는 못된 관행까지 생겨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예만 들어보자. 입으로는 개혁을 말하면서도 발상과 사고는 지극히 비개혁적이고 보수적인 문민정부의 그릇된 관행탓에 조조군사만 죽어나고 있는 경우다.
지난달 대통령이 학교주변 폭력 추방을 말씀 하고 이어 신임 총리가 학교주변 유해환경정화추진을 말씀 하신뒤 죽어나게 바빠진 조조군사는 말단 일선 학교교사들과 파출소 경찰관들이다.
새내각의 시책안은 학교주변의 전자유기장, 여관, 당구장, 노래연습장등을 이전, 폐쇄시키고 학교주변 3백m내에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정하며 각부처에 학교폭력 근절대책반을 마련한다는 것 등이다.
그래서 당장 일선학교 교사들은 개학하자마자 파출소 경찰관과 순시도 해야하고 피해학생 숫자조사 보고서도 만들어야 하고 유해업소 이전과 관련된 조사도 해야하며 교통보호구역지정 작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교사잡무의 86%가 순수교육과는 상관없는 상급행정관서들의 갖가지 보고서, 지시통보 문서처리라는 통계가 나온 것은 6년전 일이다.
교원 1인당 학생숫자가 초등경우 선진국의 두배가 넘고 법정근무시간을 초과근무해야하는 열악한 교사처우에 잡무까지 쏟아던지는 관행만은 정권이 아무리
바뀌어도 그대로다.
더 답답한 것은 교육자출신의 신임총리가 내놓은 시책이란게 70년대 부터 신임장관. 총리가 감투쓸때마다 내놓던 퀘퀘묵은 처방 그대로라는 사실이다.
더구나 이번 총리는 당구장이 이미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청소년 출입가능 업소로 돼있고 학교에서도 특활종목으로권장하고 있음에도 폐쇄대상 유해업소로 지목, 폐쇄 시키라고 지시하고 있다.
노래방도 마찬가지다. 이미 부모따라 가족끼리 가는 곳으로 보편화돼고 단말기에는 동요가 수십곡 입력돼있는게 현실 인데 유해업소니까 폐쇄시키란다. 도대체 현실감각이 없는 지휘관들이다. 유해업소이전 폐쇄지시는 10여년전부터 있었고 지난 6년간 실적은 10%도 안된다.
그것도 모두 장사가 안돼 자진 폐업됐거나 점포를 옮겨간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학교폭력문제역시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 추진본부 라는 걸 만들었던 때가 6년전.
당시 2천명의 교사, 경찰관등이 동원돼 조조군사 노릇을 했지만 역시 운동본부는 목욕탕굴뚝 김이 됐었다.
4년전 학생순찰대 조직이란 것도 발상단계에서 증발한 케이스다. 법률적으로 앞뒤도 맞지 않는 지시, 말씀 한마디에 서랍속 색바랜 서류철을 끄집어 대충손질 좀해서 내놓는 시책이 과연 얼마나 실효를 거둘 것인가는 일해본 조조군사들이 가장 잘 안다. 언제나 지휘관은 말밖에 없다. 초라한 교무실책상의 수십배의 큰 청와대와 국무회의 탁자앞에서 와이셔츠 차림으로 불쑥불쑥 일부현실성 없는 말잔치나 하는 것이 얼마나 비개혁적 모습인가를 깨달아야 한다.
정작 어린이를 위해 시간을 쏟아야 할 교사들의 일손이 현실을 모르는 지휘관들 말씀에 대한 충성바람에 쓸데없이 뺏기고 고생하게 돼는 것이야 말로 반드시 척결돼야 할 교육개혁의 최우선 과제다.
정치가 잘되면 경제가 잘되고 경제가 살아나면 가정이 살찌게 되고 가정이 따뜻해지면 폭력학생, 문제아동은 저절로 줄어들게 되며 영세유해업소들도 코흘리개 돈대신 제대로 된 기업쪽으로 스스로 변신해 나가게 돼있다.
그것이 정치, 경제사회가 갖는 생리요 순리다.
순리는 버려두고 교사와 말단 경찰관들만 조조군사가 되는 몽매한 시대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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