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체첸 앞날 여전히 불안

"전쟁은 끝났지만 정치적인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

수도 그로즈니에서 러시아 연방군이 철수하고 총성이 멈춘 체첸공화국의 앞날은 여전히 불안하다.

지난 8월30일 연방정부와 분리주의 반군 사이에 맺어진 협의는 전투를 중지시키는데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정작 사태의 발단이 되었던 독립 문제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따라서 체첸이 독립국인지 아니면 러 연방의 일원인지에 대해서는 양측이 서로 아전인수격의 해석을 하고 있다.

반군측은 러시아군의 철수를 곧 승리로 간주하고 9월6일을 독립기념일로 선포하는 등 독립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그러나 모스크바 당국은 체첸의 연방잔류 문제가 최종적으로 확정될 때까지는 어디까지나 러시아에 속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합의문에 따르면 이 문제는 2001년 12월31일까지 결정하도록 되어있다.현재 양측은 서로 상대방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는데, 반군은 모스크바측이 시간을 끌면서 독립문제를 유야무야로 만들려고 하고 있지 않은지 경계하고 있으며,연방정부는 반군들이 전후 복구 등은 연방예산으로 하고 결국에는 국민투표를통해 독립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편 알렉산드르 레베드 국가 안보위 사무총장이 주도한 이번 합의에 대해서모스크바 정가의 반응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공산당(당수 겐나디 주가노프)과인민연합(대표 세르게이 바부린)등 야당들은 3일, 일제히 이번 합의를 비난했다. 체첸 독립 허용 가능성을 인정한 이 합의가 연방 헌법에 배치되며, 레베드가 무슨 자격으로 초헌법적인 합의를 반란군 측에 마음대로 해주었나는 것이다.

레베드와 함께 옐친 이후의 대권후보로 첫 손에 꼽히는 루쉬코프 모스크바 시장 역시 합의내용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반대주장의 배경에는 체첸이독립할 경우 다른 공화국들의 이탈을 막을 명분이 없어 러 연방의 해체가 불을보듯 하다는 보수진영의 우려가 깔려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체르노미르딘 총리 등은 체첸 사태 해결이 바람직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일단 이번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어쨌든 이번 합의를 성사시키며 러시아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레베드 국가안보위 사무총장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체첸 문제가 체첸인들의 손에 넘겨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모스크바 정계의 한 종속변수로 남아있는것이다.

비공식 집계에 의하면 체첸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무려 8만명이상으로 나타나고있다. 이 엄청난 희생의 대가가 과연 무엇이 있는지 불확실한 만큼 체첸 공화국의 운명 역시 여전히 안개속에 싸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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