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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는 뽕을 먹고 자랍니다. 누에를 치는 사람들은 뽕잎을 주면서 누에가 몇차례의 잠을 자고 몸을 키워서 마침내 고치를 틀때까지 기다립니다. 누에의 삶은 바로 이 고치에게 있습니다. 원래 고치틀기는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거나 외부의 환경에 맞서기 위한 탈바꿈의 한 과정입니다. 그러나 누에에게는 그 방편이 목적이 됩니다. 튼튼하게 고치를 짓고 그 속에서 번데기로서 온전히 마쳐야 됩니다. 그래야 고치에서 나오는 비단실이 온 세상사람들을 덮는 부드럽고 편안한 옷이 되는 것입니다. 누에나방이 되어 고치를 뚫고 나온다면 그 고치는 망가져서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지요.

누에나방의 씨를 받기 위해 그대로 온전히 놔두는 고치도 언급해둘만 합니다. 씨를 받기 위한 누에고치는 고치 밖에서 미리 정해져 있을지도 모르는데 스스로 그 결정권이 고치 속의 저 자신에게 있는 것처럼 고민하는 것은 이 누에의 한계입니다. 좋은 고치를 위하여 그대로 번데기의 잠을청할 것인가, 아니면 알을 깨고 나오는 새 아프락사스의 비상을 꿈꾸며 벽을 허물 것인가 말것인가를 회의하면서 말입니다.

고치 속에서 죽어야만 이루어지는 이 비장함은 그러나 고치 속에서 번데기의 몸이 익는 성숙의단계까지 포기하고 나태와 안일의 구렁에 자신을 침잠하면서 체념을 미화하기도 합니다.가정과 직장이라는 누에고치를 위하여 기꺼이 우화(羽化)를 포기하고 오롯이 번데기 주름 을 세우다가도 혹시 내가 누에가 아니고 솔잎을 먹는 송충이나 배추잎을 즐기는 배추흰나비일 뿐이어서 내가 짓는 이 고치가 별로 쓸모가 없는 나의 허물이나 보호막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갈등하고, 또는 나를 에워싼 것이 혹 끊임없이 나를 조으려드는 거미줄막은 아닐까 하는 위기의식까지도 간간이 느끼는, 이 시대 이 땅의 선남선녀, 주부, 가장(家長)들의 소박한 꿈을 그러나 그대는아시는지.

〈세강병원 신경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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