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春秋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누에는 뽕을 먹고 자랍니다. 누에를 치는 사람들은 뽕잎을 주면서 누에가 몇차례의 잠을 자고 몸을 키워서 마침내 고치를 틀때까지 기다립니다. 누에의 삶은 바로 이 고치에게 있습니다. 원래 고치틀기는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거나 외부의 환경에 맞서기 위한 탈바꿈의 한 과정입니다. 그러나 누에에게는 그 방편이 목적이 됩니다. 튼튼하게 고치를 짓고 그 속에서 번데기로서 온전히 마쳐야 됩니다. 그래야 고치에서 나오는 비단실이 온 세상사람들을 덮는 부드럽고 편안한 옷이 되는 것입니다. 누에나방이 되어 고치를 뚫고 나온다면 그 고치는 망가져서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지요.

누에나방의 씨를 받기 위해 그대로 온전히 놔두는 고치도 언급해둘만 합니다. 씨를 받기 위한 누에고치는 고치 밖에서 미리 정해져 있을지도 모르는데 스스로 그 결정권이 고치 속의 저 자신에게 있는 것처럼 고민하는 것은 이 누에의 한계입니다. 좋은 고치를 위하여 그대로 번데기의 잠을청할 것인가, 아니면 알을 깨고 나오는 새 아프락사스의 비상을 꿈꾸며 벽을 허물 것인가 말것인가를 회의하면서 말입니다.

고치 속에서 죽어야만 이루어지는 이 비장함은 그러나 고치 속에서 번데기의 몸이 익는 성숙의단계까지 포기하고 나태와 안일의 구렁에 자신을 침잠하면서 체념을 미화하기도 합니다.가정과 직장이라는 누에고치를 위하여 기꺼이 우화(羽化)를 포기하고 오롯이 번데기 주름 을 세우다가도 혹시 내가 누에가 아니고 솔잎을 먹는 송충이나 배추잎을 즐기는 배추흰나비일 뿐이어서 내가 짓는 이 고치가 별로 쓸모가 없는 나의 허물이나 보호막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갈등하고, 또는 나를 에워싼 것이 혹 끊임없이 나를 조으려드는 거미줄막은 아닐까 하는 위기의식까지도 간간이 느끼는, 이 시대 이 땅의 선남선녀, 주부, 가장(家長)들의 소박한 꿈을 그러나 그대는아시는지.

〈세강병원 신경외과 과장〉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의 대구시장 공천 과정에서 현역 중진 의원 컷오프와 공천 잡음이 이어지며 당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 리얼미터...
정부가 석유제품 가격 안정을 위해 최고가격제를 시행했음에도 일부 주유소에서 가격 인상이 발생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주유소 가격 변동을 ...
한 네티즌이 현관문 앞에 택배 상자가 20개 쌓여 문을 열기 어려운 상황을 공유하며 택배 기사와 소비자 간 배려 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 확보를 위해 중국의 협조를 압박하며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의 연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