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제정세-2인자 자리 싸움 치열할 듯

96년 한해 러시아정가는 대통령선거에 이은 옐친의 와병과 수술, 그리고 이때문에 빚어진 권력공백의 상황에서 치열한 권력투쟁의 무대가 되었었다.

이제 심장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공표된 옐친대통령이 명실상부하게 권좌에 복귀할 97년에는 종전과 같은 권부의 혼란상이 치유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렇지만 상당수의 정치관측통들은 옐친의 복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권부의 세다툼은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97년 러시아정가에 이렇다할 정치적 행사가 예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분석이 주류를 이루는 까닭은 몇가지 수긍할 만한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우선 주목해야 할 점은 러시아 정가에서 최근에 벌여져 온 권력투쟁이 당장 1인자의 자리를 노린것이라기 보다는 확고한 2인자의 지위를 굳히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물론 러시아의정치풍토상 확고한 2인자의 자리는 언제나 차기의 대권을 보장해 준다는 이유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게다가 수술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옐친이 어느정도까지 국정에 몰입할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구심이 일고 있는 상황은 이런 2인자 다툼을 조장하는 촉진제의 역할을 한다고 볼수 있다.옐친은 이미 수술이 끝난직후부터 왕성한 의욕을 과시해 왔지만 아직까지 그가 모든 사항을 숙지하고 독자적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는 판단하기 어려운 최근의 상황은 옐친의 건강문제를 다시한번 거론하지 않을수 없게 한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옐친의 주변인사들은 "옐친이 완전회복돼 조만간 국정을 확고하게 장악하게될 것"이라고 누차 강조해 왔지만 아직도 그의 정적들은 이런 발표에 이의를 달고있다. 즉 옐친이 일상생활에는 지장을 받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집중적으로 국사를 다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만약 이런 정적들과 회의론자들의 주장이 사실에 부합되는 것이라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지금까지 대통령이상의 역할을 해온 아나톨리 추바이스대통령행정실장과 빅토르 체르미노미르딘총리는 수성을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고 가장 인기높은 정치인 알렉산드르 레베드 전국가안보위서기등은 고지탈환을 위해 맹렬히 공세를 펴는 양상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옐친의 건강이 공식발표와 마찬가지로 양호한 상태이며 국정에 몰입할수 있는 저력이 되살아날 경우에도 권력투쟁이 쉽게 잠재워질 것 같지 않다.

따라서 옐친이 건강을 회복할 경우 첫번째로 결정해야 할 사안은 민심을 다시 끌어모으고 권력의구조를 재편하는 작업이 될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불가피한 상황은 어떤 방식으로든 권력의서열에 변화를 주게될 수 밖에 없으며 이때 생기는 빈자리는 탈취의 목표가 될 것이 뻔하다.그리고 이런 추정은 제2인자의 자리를 놓고 여러 후보를 각축시키는 이른바 분할의 통치에 익숙한 옐친의 생래적 정치기질과도 맞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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