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디오-비슷한 제목 아류작 먼저 출시

얼마전 서정영씨(33·회사원)는 곤충들의 세계를 그린 '마이크로 코스모스'를 빌렸다. 아직 영화관에 상영중인데 빨리도 비디오로 출시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있던 영화가 아니었다.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사람도 나오고 배경도 아프리카였다. 비디오를 자세히 보니 아주잔글씨로 '마이크로 코스모스' 앞에 '월드 오브'가 적혀 있었다.

유명영화의 비디오 출시에 앞서 아류영화들이 먼저 선을 보여 비디오팬들을 혼란시키는 경우가잦다. 속칭 '김 빼먹기'. 대표적인 것이 '트위스터'의 경우다. 장 드봉감독의 회오리바람 소재 영화 '트위스터'가 출시(1월4일)되기 전인 지난 12월 전국 비디오숍에 '나이트 오브 트위스터'가 깔렸다. 특히 '트위스터'란 글씨가 극장개봉 영화제목과 똑같이 디자인돼 많은 비디오팬들을 현혹시켰다.

아류는 아니지만 비슷한 제목으로 출시된 경우도 있다. 지난 19일 출시된 산드라 블록 주연의 인종차별에 관한 법정스릴러 '타임 투 킬'. 그러나 이보다 앞서 '타임 투 다이'(2월1일) '애프터 투킬'(2월10일)이 출시돼 '타임 투 킬'의 유명세 김을 빼먹었다. '타임 투 다이'는 가상 전투프로그램을 소재로 한 액션물이고 '애프터 투 킬'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남자의 파멸을 스릴러 형식으로 그린 마이크 로브감독작. 우디 앨런의 '돈을 갖고 튀어라'와 박중훈 정선경 주연의 '돈을 갖고 튀어라', 여기에 지난 10일에는 우연히 거금을 챙긴 세사나이의 방탕을 그린 미국 B급 액션물'돈가방을 갖고 튀어라'까지 출시됐다.

이에 대해 한 중소비디오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이 '싹쓸이'하기 때문에 수입할 만한 영화가 없다"며 "이렇게 해서라도 비디오팬들의 눈을 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이 '유명세 줄타기식'으로 출시되는 영화는 국내 에로비디오영화에서 더욱 심해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이유'를 '맥주가 남자보다 좋은 이유'로, '개같은 날의 오후'를 '개같은 날의 정사'로, '은행나무 침대'는 '떡갈나무 침대'로 '둔갑'시켰다. 이외 '나홀로 집에'의 크리스마스가 아닌추수감사절을 배경으로 한 아류영화 '나홀로 숲에'를 비롯, '피노키오의 모험'을 공포물로 그린 '피노키오 신드롬', '꼬마돼지 베이브'의 아류작 '꼬마돼지 레옹', 홍콩판으로 리메이크된 주상치주연의 '홍콩 레옹'과 '홍콩마스크'등이 비디오팬들을 혼란시키는 아류영화들이다.〈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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