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대선레이스 판도변화

김영삼대통령이 차기여권의 대선후보선출방법과 관련, 사실상 '완전자유경선'방침을 표명함에 따라 여권내 대선레이스는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김대통령은 25일 대국민담화에서 "신한국당 대선후보선출과정이 투명하고 민주적이며 공정한 경선이 되도록 하겠다"면서 "저는 당원들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지지, 우리나라정당제도의 발전과 당내민주주의 진전이 획기적인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김심(金心)이 아니라 민심(民心)과 당심(黨心)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사실 작년까지만해도 김대통령은 대선후보선정시 낙점의사를 공공연하게 시사했고 게다가 당내다수파를 장악한 상태여서 여권내 대선주자들도 대통령눈치보기에 급급했었다.김대통령의 이같은 분명한 입장전환으로 여권내 대선레이스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양상이펼쳐진 셈이다. 우선 국민적기반이든 당내기반이든 지지세력을 어느정도 확보하고 있는 인사가한층 유리한 고지에 서게됐다. 다시말해 김대통령의 일방적지원에 의존하던 인사들은 일대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여권내 구룡(九龍)의 싸움은 국민적지지가 높은 박찬종고문과 이회창고문, 당내기반이 있는 이한동고문등으로 압축될 공산이 커졌다는 진단들이다. 김심에 지탱해왔던 이홍구대표와 이수성총리는 앞으로 밀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회창, 박찬종, 이한동고문측은 대통령의 이같은 의사표명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

물론 민주계출신대선주자들은 최근 한보등 일련의 사건으로 대선도전을 포기해야할 형편이다. 이대표와 이총리의 경우 전면적인 당정개편과정에서 당의 간판으로 재기한다면 소생할 여력은 충분히 있다는 분석이 있기는 하다.

대통령의 인식전환으로 이제는 대선주자간 합종연횡이 본격화할 것이란 추측이다. 이와관련 당내다수세력을 차지하고 있던 민주계의 향배가 주목된다. 현재 민주계가 단합된 게 아닌것은 확실하다. 최형우 김덕룡의원등 상층부만 자구책을 모색하는데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지 중하층은 일단대세에 따라 분열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집단생존차원에서 단합을 꾀할 수 있다는 지적들이다.최근 민주계내에서는 범민주계옹립인사를 이홍구대표대신 박찬종고문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제부터는 여권내 대선주자들은 당내세력구축및 확대를 향한 대선행보를 더욱 적극적으로 펼칠것으로 보인다. 가야하는 목표가 뚜렷해졌기때문이다.

다만 정가일각에서는 김대통령의 중립표명으로 김대통령이 완전 무력한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는얘기도 적잖다. 대통령으로서 영향력이 전무하다고 볼수 없기때문이다. 어쨌든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처음 '완전자유경선'의사를 피력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노골적인 개입은 불가능할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자민련의 김종필총재가 물밑으로 여권에 제의하기 시작한 내각제개헌도 향후정국의 새로운불씨가 될 것이란 조심스런 관측도 제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李憲泰기자〉